2007-07-01 16:52:39
6월 30일~7월 1일 홈에버 4차 파업에 다녀왔습니다. 매출이 가장 많다는 상암점을 6월 23일에 이어 두번째로 점거농성하는 날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영업을 안하겠다는 사측의 약속을 믿고 해산했다가 뒷통수를 맞았던 경험 때문인지 조합원들이 이번에는 이불까지 준비해 와서 매장에서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오후에 연대를 했던 뉴코아 노조와 홈에버 울산 지부등이 돌아간 밤 11시 반 무렵에 취침하기 전에 이랜드 노조 분회별로 모여서 당일 점거파업 평가와 향후 일정을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비록 조합원은 아니었지만, 연대단체 회원이라고 밝히고 인천 모 분회 토론에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약 20명 정도 되는 조합원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여느 토론회가 다 그렇듯이 오늘 집회 어땠냐는 분회 지도부 물음에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별 소감없이 "좋았어요~"만 되풀이 했습니다. 그러나 분회 간부로 보이는 여성분이(이하 사회자) "여러분들이 말해줘야 제가 회의에 가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작은 불만이나 지도부에 대한 요구사항을 말해주세요"라고 재차 삼차 재촉하자 처음에 찔끔찔끔, 그러나 이내 봇물 터지듯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일 먼저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온 얘기는 "왜 우리 매장은 점거안해요?"였습니다. 가볍게 나온듯한 얘기였지만 이내 조합원들끼리 "그래, 문화제 하는듯이 하다가 기습점거하는거야"라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회자가 "사람들 마음은 다 똑같습니다. 회의에 가면 다들 자기 매장 점거해달라고 합니다. 우리 힘이 더 커질때까지 기다립시다"라고 얘기하며 달랬습니다. 23일과 30일, 2차례에 걸친 상암점 점거가 조합원 개개인에게 불어넣은 자신감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좀 더 진지한 논의로는 "왜 계산, 리빙 등만 피켓팅을 시키냐. 다들 자기 시간 쪼개가며 나와야하는 것은 같은데, 자꾸 같은 곳만 시키는 것 같아서 솔직히 서운하다"라는 구체적인 불만도 있었습니다. 사회자가 앞으로는 분배에 더 힘쓰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논의가 발전해서, "같은 조합원이지만 닷새의 노조 일상활동 중에 하루이틀만 참여하고, 파업엔 잠시 얼굴만 보이고 가는 조합원들이 너무 밉다. 월말에 인건비 받으면 (노조 활동 때문에 근무 빠져서) 나만 많이 깎인 것 같아서 속상하다. 노조차원의 대응은 없는거냐"라는 매우 적극적이고 솔직한 얘기도 나왔습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사회자는 지부장에게 답변 기회를 넘겼습니다.
지부장은 지가도 그런 조합원을 보면 답답하고 또 화가 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같이가야할 사람들입니다. 지금 그들을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됩니다."라면서 자신도 다른 조합원에게 화냈다가 나중에 사과문자를 보낸 경험을 얘기하고도 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지금은 지부장이지만 한때는 '사측 사람'이었다면서 지금 참여않는 조합원들도 한번 더 손잡아주고 노력하면 함께 참여할 것이고, 나중에 그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미안했다고 말할 때 어깨한번 두드려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투쟁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도 강조했습니다. 자신은 현재 11년째 근무 중인데 만약 노조가 없고 노조 활동을 안했다면, 눈물을 뿌리고 떠난 다른 많은 과장들처럼 자신도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며 투쟁을 독려했습니다. 자신의 사례와 경험을 섞은 지부장의 발언에 조합원들의 비참여적인 조합원들에 대한 서운함이 많이 누그러진듯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조금 분위기를 바꿔서 "식사가 너무 부실하다. 비빔밥 같은 게 나올 수는 없나? 잘 먹어야 잘 싸우지!", "중국집에서 시켜먹으면 안되나?" 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참관하고 있던 저와 다른 학생들에게는 "우린 아줌마들이라 먹는게 중요해요 ㅋㅋ" ^^;;;
좀 더 현실적인 문제로 "내일(7월 1일) 누가 오나요"라는 질문도 나왔는데 지역에서 연대 오신 분들(울산, 순천)도 돌아가고 뉴코아 노조도 돌아가서 대오가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기 때문에 그 다음날이 걱정되는 듯 했습니다. "내일 우리끼리만 있어도 오늘처럼 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연대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해주는 것이 투쟁하는 조합원들에게 얼마나 큰 자신감이 되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파업기간이라 다들 함께 있지만 파업이 끝나고 일터로 복귀했을 때 회사가 보복으로 먼 곳으로 발령을 내버리면 어떡하냐. 솔직히 걱정된다"라고 했습니다. 사회자나 기타 분회간부들 보다 먼저 동료 조합원들이 "그땐 지점장실 점거해서 싸워야지"라 며 즉각 응수했습니다. 지부장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 이랜드 노조를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저 또한 파업이 승리하면 그 이후 사업장 내 권력 관계가 파업 이전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을까-사측이 노조 눈치를 봐야할 것-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온 얘기는 야간근무 거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아마 스케줄을 짤 때 조합원들은 야간 근무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는데 일부 조합원들이 야간근무를 자신들 스케줄에 포함시킨듯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의견이 둘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야간근무를 빼면 월급에 큰 구멍이 생기는 사람들의 사정을 이해해야한다"와 "누군들 야간근무 거부하면 좋냐. 거부하기로 했으면 다같이 해야한다"라 는 입장이었습니다. 내용인즉슨, 야간근무는(5시간) 주간근무(8시간)에 비해 시급도 세고 택시비 등의 수당도 있어서 조합원들에게는 이를 거부하는 것이 결코 작지 않은 부담인데, 실천하는데 있어 조합원간 차이가 있는 문제였습니다. 꽤나 길게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조합원 개인의 의사에 맡기자로 결론이 났습니다.
여기까지 얘기하고 분회모임이 끝났습니다. 대략 1시간 동안 진행한 듯 했습니다.
이를 보며 저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노조가 매우 민주적이고 조합원들 역시 적극적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논의된 불만이나 의견들을 듣기 위해 비오는 와중에도 조용한 장소를 찾아 모임을 갖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귀담아 듣는 분회지도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조합원들도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한명이 발언하자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자신들이 갖고 있는 불만과 불안감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약 이런 자리가 없이 그냥 집회와 파업이 계속 된다면 조합원들이 쉽게 지치고 또 노조 지도부 역시 조합원들을 믿고 투쟁을 밀어부치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모범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한 절대 다수의 조합원들이 중년 여성이었기 때문에 겪는 '이중 굴레'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점거농성 중간에 집에 가서(인천!!) 애들 밥해주고 다시 서울 상암점으로 농성을 위해 돌아온 2명의 조합원이 박수를 받았고, 밀린 빨래할 수 있도록 조를 짜서 돌아가면서 쉬자는 의견(비록 다수의견에 따라 기각되었지만)은 이분들이 처한 노동자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굴레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그런 와중에도 매장을 점거하며 영웅적으로 투쟁하는 이분들이 더욱 멋져보였습니다.
그리고 연대단체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제가 듣지는 못했지만 다른 분회에서는 일요일 4시~8시가 가장 매출이 많을 때이니까 내일 밤 8시까지 반드시 점거를 계속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연대단체가 필요한게 사실입니다. 제가 참관한 분회에서도 내일 어느 단체가 오느냐고 물어보기도 했구요. 연대단체들이 이들에게 불어넣는 자신감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분회에서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오늘 연대하지 않고 7월 8일로 멀찌감치 연대일정을 잡은 것에 불만이 나왔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지역위의 한 당원은, 지역위 차원의 연대는 훌륭한데 왜 시당이나 중앙당 차원의 연대는 그에 못 미치는지 아쉬워했습니다. 7월에 시행되는 비정규직 법안에 맞선 상징적인 싸움인만큼 당 예비 대선후보들이 와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듣고나니 저도 아쉽더군요.
민주노총이 7월 8일에는 홈에버-뉴코아 투쟁에 연대해서 전국 20개 이상의 매장을 동시에 "매출 제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싸움은 이랜드 그룹 박성수 회장을 규탄하는데 멈추지 않고 비정규직 악법과 이를 통과시킨 노무현 정부에게로까지 확대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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