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우리집이 폭격당할꺼래, 와서 도와줘" - 50여명의 이웃들, 몸으로 이스라엘 폭격 막아

2006-11-19 13:14:18

저는 기독교를 종교로 갖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른바 "주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최근까지도 교회에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교회 안 가던 사람들도 그날만큼은 선물받으러 교회에 나간다는 크리스마스 때에는 특히 안 나갔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 가면 이런 찬송가를 많이 부릅니다.

"(이스라엘의) 왕이 나셨도다" - 고요한밤거룩한밤
"이스라엘 왕이 나셨네" - 노엘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이 각종 만행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교회에서 나몰라라하면서 태연자약하게 이런 가사를 "찬송가"로 부르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마치 제가 믿는 신의 이름으로 중동지역의 전쟁이 자행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라크전 발발 당시 일부 교회는 실제로 그런 내용으로 설교를 하기도 했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 성전(聖戰)을 승리로 이끌도록 기도합시다"

그런데 오늘 BBC 기사를 보니 통쾌한 소식이 있더군요. http://news.bbc.co.uk/1/hi/world/middle_east/6162494.stm

기사 내용인즉슨, 레바논 전쟁에서 패퇴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이스라엘이 얼마전부터 다시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폭격을 재개했는데, 어제는 팔레스타인들이 인간방패를 쌓아서 그것을 막은 것입니다.

이스라엘 군은 폭격을 시작하기 10분 전 즈음에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다"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당신 집을 떠나시오"라고 경고를 한다고 합니다. "당신이 10분 내에 집에서 떠나야한다면 무엇을 챙기겠습니까?"라는 질문이 한국에선 단순히 심리테스트 내지는 혈액형별 성격을 구분하기 위한 질문일 뿐이지만 팔레스타인에서는 머뭇거렸다가는 폭격으로 죽게 되고 죽은 뒤에도 "경고를 무시한 테러범"이라는 딱지가 붙게 되는 냉혹한 현실인 셈이지요.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폭격 작전이었지만, 자기 집이 폭격당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은 Mohammedweil Baroud씨는 집을 비우는 대신에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달려가 이웃들에게 자기 집이 폭격당할꺼 같으니까 도와달라고 했다는 군요. 그로인해 잠시 후 이스라엘 폭격 헬기가 그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그 집 지붕에 올라가 있는 50여명과 집 앞 거리에서 반이스라엘과 반미를 외치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폭격 작전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스라엘 군 대변인이 발표했다고 합니다.

저는 기사를 읽기 전에는 "인간방패"들이 외국에서 온, 전문적으로 훈련된 평화활동가들일 줄 알았는데, 기사를 보니 이웃들이 와준 것이라고 해서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He instead ran to a mosque and summoned neighbours to help defend the house.")

예전에,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강도야"라고 외쳤으나 아무도 달려오기는 커녕 오히려 다들 자기 집 문만 더 걸어잠궜다는 얘기를 듣고 씁슬했던 적이 있었는데, 팔레스타인에서는, "우리 집이 폭격당할꺼래, 와서 도와줘" "정말? 우리가 같이 지붕에 올라가줄께. 그러면 감히 못 그럴꺼야"..라면서 10분내에 50명 가량이 지붕 위에서 모였다니 정말 감동적인거 같습니다. 한편으론, 얼마나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고 또 얼마나 이런 폭격에 치를 떨었으면... 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안 좋기도 합니다.

비록 하나의 작은 사례이지만, 누적되어온 팔레스타인들의 분노 수준을 보여주고 또 미사일을 진짜로 막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그려준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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