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12 12:03:44
저는 어릴 때부터 환경과학자가 꿈이었고 현재도 대기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은 과학자이지만 어릴적 제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의도가 무엇이었든지간에 결과적으로 그는 핵무기를 만드는데 그 유명세만큼이나 결정적으로 일조했기 때문입니다. 어릴적 제게 아인슈타인은 "수식만 알고 지적성취에만 눈이 멀어 현실에 대해 무책임한 과학자"로 보였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당시 아인슈타인의 사정이 그처럼 단순하지만은 않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만, 여전히 저는 과학자들이 스스로를 "정치적으로 중립 내지는 학문적으로 순수"하다고 미화하는 것 뒤에는 "강자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따르겠다"는 뜻이 숨어있는게 아닌가 의심해보곤 합니다. 핵무기는 20세기 과학 최대의 성과인 동시에 최악의 실수 중 하나로 꼽히는만큼 북한 핵실험을 지켜보면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까 고민이 되었고 실제로 주변 분들과 토론도 매우 많이 했습니다. 또한 10월 13일 중앙당에서 열린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 정세"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당 내 다양한 입장을 보면서 자연스레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우선, 북한의 핵실험은 핵자위권의 발동이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 전쟁위기를 억제하고 있다는 발제자 중 한 분의 말을 듣고는 정말이지 아연실색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60여년전 아인슈타인이 저지른 실수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히틀러보다 먼저 핵무기를 개발해서 히틀러의 핵독주를 막아야한다면서 미국 루스벨트에게 원폭을 제조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편지에 서명하기도 했는데, 후에 그는 이것을 "내 생전에 저지른 한가지 실수"라며 죽는날까지 후회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핵균형이 이뤄지게 되고 그에 따라 전쟁도 사라질 것이라는 그의 당초 믿음은 너무나도 순진했고 또 공상적이었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결코 평화주의 세력이 아닌 미국에게 핵무기를 제공함으로써 "핵무기 실전 사용"이라는 전대미문 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북핵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일본과 남한의 핵무장의 빌미를 제공해서 소위 말하는 "핵도미노"를 촉발시켜 오히려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킬 것입니다. 결코 우리를 안전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진보라면 핵을 반대해야 한다", "북핵사건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북한의 핵무장 야욕이 그 핵심이다"라며 북한 핵 반대만을 전면에서 외치는 것에도 강한 거부감이 듭니다. 한때 제가 회원이기도 했던 환경운동연합의 정책실장이 "북핵 위기 때마다 일부 단체들은 미국을 먼저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핵실험 전과 이후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하고 또 시청 앞에서 환경운동연합이 반핵 퍼포먼스 집회까지 개최하는 것을 보면서 '환경운동연합이 보수화되다 못해 이젠 아예 한나라당과 같아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이 터지기 몇달 전에 회비문제로 미리 탈퇴했던 게 천만다행이라고 새삼 안도했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마치 여름철 수박 쪼개듯이 두조각 낼 수 있는 파괴력의 몇천배에 해당하는 핵무기를 인류가 갖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구를 위험에 빠뜨릴 파괴력이 실제적으로 누구에게 있는가를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존하는 핵무기의 절대 다수는 강대국들(미국, 러시아 등)에게 있고 이들의 '윤허'하에 핵무기는 이스라엘과 인도 등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인도와 미국의 사례에서 보이듯이 말입니다. ( http://sdm.kdlp.org/zboard/zboard.php?id=write&page=4&sn1=&divpage=2&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515 ) 핵무기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실제적인 파괴력을 갖고 있는 이들을 주되게 비판해야합니다. 이란과 북한 같은 국가들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 몇 기는, 물리적 파괴력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강대국들에게 핵확산과 핵무기 재무장의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에 묵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이들이 갖고 있는 핵무기들 때문에 지구나 한반도가 핵위기에 빠진다고 주장하면 결과적으로 핵위기의 주범인 미국과 여타 강대국들의 편을 들어주는 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란과 북한이 핵확산을 부추긴다는 미국의 주장은 "남의 눈에 있는 티는 보면서 자기 눈에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처럼 완벽한 위선입니다. 당장 미국은 최근에 신형 핵무기를 새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해서 또다시 빈축을 샀죠.
북핵 사태는, 북한과 한반도만 따로 떼어놓고 보기보단 이를 둘러싼 환태평양 열강들(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군사적 이해관계와 이들이 전지구적으로 벌이고 있는 전쟁(미국의 중동과 아프리카 전쟁, 중국의 소수민족 억압과 아프리카 진출 야욕 등)을 함께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에만 실제적으로 전지구를 핵무기 사용이라는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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