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22 03:59:49
20일 화요일날, 카드 수수료 인하 서명운동을 위해 계향씨와 함께 홍은동 상가방문을 3시 반부터 6시까지 했습니다. 약 2시간 반 동안 상가마다 방문하며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운동이 왜 필요한지 설명드리고 지지서명을 받는 형식이었습니다. 상가들이 참 많았지만 인상적이었던 상점 몇 군데를 써보겠습니다.
1. 치킨호프집
계향씨와 제가 찾아간 시간대가 아직 저녁식사 이전인지라 아직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기 전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 왔습니다"라고 인사드리자 어머니뻘 되시는 아주머니께서 경계의 눈빛으로 맞이했지만, 술집 특성 상 카드사용이 많아서 그런지 표정변화 없이 계향씨 설명을 꾸준히 들으셨습니다. 나중에는 서명까지 해주셨는데 시간을 들여서 서명문안을 꼼꼼히 읽어보시고 어떻게 하면 되냐고 여쭈어 보시는 모습이, 서명운동은 처음 해보시는 듯 했습니다.
보통 거리에서 서명운동 가판을 벌이면 주로 젊은 층 위주로 받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치킨호프집 아주머니 같은 분들은 다가가서 말을 걸어도 "난 그런거 몰라"하면서 휙~ 가버리시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젊은 층에게만 다가가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 상가방문은, 기존에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와 같은 것들이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여기시던 분들께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주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조립식(프라모델) 가게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분이 맞이해주셨습니다. 카드 수수료 인하 얘기를 드리자 봇물 터지듯 불만 사항을 쏟아내셨습니다. 벌써 10년이 넘게 이 장사를 하고 있는데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것은 물론, 세무서에서 투명거래한다면서 카드 보급할 때는 2% 세액공제해준다고 했는데 말도 않고 슬그머니 1%로 낮추었다고 화를 내셨습니다. 또한 이자가 발생하는 것도 아닌 체크카드에도 수수료를 높게 책정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고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계향씨는 이에 대해, 금융결제원(맞나?)이 그런 문제들을 모르지 않는데, 사실상 카드회사들을 자유방임으로 풀어놔서 생기는 문제라고 설명하면서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이번 정책이 그런 잘못된 카드정책을 바로잡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카드 사용으로 경제 구조가 투명해지면 전체 경제와 특히 국세청이 이익을 보는데 어째서 카드 사용에 따른 비용을 전적으로 사업자들이 부담하는 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3. 광고집
특별한 토론은 없었지만 계향씨를 알아보곤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통 가게에선 사장님만 서명을 해주시고 나머지 분들은 그냥 계시는데 예전 선거본부 간판할 때 일봐주신 분이 먼저 계향씨를 알아보고 서명을 해주셨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니까 아는 얼굴이 있어서 좋은 것 같더군요^^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나중에 나올 때 계향씨에게 "혹시 방금 그 분들 당원이세요?"라고 물어보기까지 했답니다. 아니었다는 군요^^;;
4. 벽지집
뜨거운 토론이 있었습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 역시 계향씨를 알아보시곤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카드 수수료 얘기만 나왔으나 이내, "민주노동당이 이런 활동을 열심히 해야돼! 얼마전에 파업한 그 현대차 있잖아, 걔네들은 돈 많이 벌어! 노동당이라고 그런 노동자들 대변하면 안돼~!"라고 호의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순간 긴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비정규직 일꾼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얘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왜 갑자기 비정규직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갔었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벽지집인만큼 건설현장에서 일을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다단계 하청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을 해주고도 중간비용이 빠져나가서 일당을 적게 받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작년에 불법 다단계 하도급 폐지를 주장하며 포스코를 점거했던 노동자들 얘기를 꺼내자 "정말 문제가 많다"면서 동의를 해주셨습니다.
비정규직과 다단계 하도급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분노하시는 분께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대변했다간 민노당이 표 잃는" 그런 것으로 생각하시다니 놀랍기도 했습니다. 더 얘기를 하면 좋았겠으나, 손님들이 오시는 바람에 마무리 하고 나왔습니다. 그래도 그 분이 한창 현대차를 콕 찝어가며 비난할 때 계향씨가 "이런 활동만큼 그런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답변해준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5. 매운탕집
마지막에 들린 곳이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배를 꺼내어 깎아주시는 등 호의가 대단했습니다! 사장님께선 서두부터 "민노당이 예전에는 서민의 대변자라고 생각되었는데 요새는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아"라며 따끔하게 일침을 놓으셨습니다. 예전에는 민노당 얘기를 들으면 속이 시원한 무언가가 있었는데 요새는 내놓는 정책들도 어째 그런 맛이 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원내진출을 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의회주의 경도와 우경화의 결과가 그분이 말하는 "시원한 맛"을 빼앗아간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보단 이른바 "현실성 있는 정책"을 내세운 결과 오히려 현실에선 당이 지지자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는게 아닌가 걱정이 되더군요.
다음주에 노회찬 의원이 서대문구에 오는데 그런 불만을 말씀해주면 좋겠다고 계향씨가 말씀드리자, 처음에는 "나같은 사람이 뭘.."이라고 답하시다가 이내 "오전에는 시간이 돼"라고 답해주셨습니다^^
그밖에도 임대아파트에 사는 분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셔서 지역 자치 운동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제공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이상이 제가 계향씨와 돌면서 인상적이었던 상점 몇 군데를 적은 것입니다. 2시간 반이 넘게 돌아다녔기 때문에 실제 방문한 상점 횟수는 훨~씬 더 많습니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번 활동을 통해 그전까지는 "민주노동당은 나와 상관없어"라고 생각했을 많은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강한 인상을 남긴 성과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손님들에게 신용카드를 받는지 여부가 서명운동 참가 여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만, 이번 운동의 문제의식이 거대사업장과 부자들을 위한 사업장들에게는 유리하고 영세사업장에게는 횡포를 부리는 경제구조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봤을 때, 단순히 "우린 카드기기가 없어"라면서 서명에 관심을 갖지 않는 분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운동의 대의보단 "영업이익"에 대한 것만 전달되어서 그런 게 아닌가 반성해보기도 했습니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큰 맘 먹고 참가해본 상가 방문이었는데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 못 쓴 경험이 너무 많은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 글 읽는 당원분들은 토요일 서명운동에 참가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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