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08 23:14:24
영화를 보고나서 잊어버리기 전에 일기장에 감상문을 써봤습니다. 일기장에 영화 감상문을 쓰긴 정말 오랜만인거 같은데 그만큼 정말 잘 찍은 영화였던 것 같아요. 영화상영을 준비해주신 지역위 분들께 감사~^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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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7시 연대 대강당에서 영화 '우리학교'를 보았다. 사실 일본 내 조선인 학교에 대한 얘기라고 이미 들어서 영화 자체에는 기대가 크지 않았고, 그보다는 평일 오후 지역위 행사가 한 때 내 안방과도 같았던 대강당(게르니카 동아리방이 여기에 있음)에서 열린다는 사실어 더욱 반가웠다.
또 얼마전에, 일본에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인으로 귀화한 재일동포들을 다룬 TV 프로를 보면서 "그래, 굳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영화 내내 "한민족"에 대한 부담스러운 강조가 흐르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그러나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마지막 졸업식 장면에서 졸업생들이 펑펑우는 모습을 보며, "난 고등학교 졸업식 때 행사가 귀찮기만 하고 재미없었는데.."라는 생각에 쟤네들에게 '우리학교'는 정말로 내가 아는 그 어떤 학교보다 몇 배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뒷풀이 장소를 안내해드리는 전교조 분들께 이런 소감을 말씀드리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고 참여하는 '우리학교'가 우리나라처럼 각자 개인의 성공만을 위해서 공부하는 학교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씁쓸히 말씀하셨다.
치마 저고리(저고리 치마?)에 관한 얘기도 큰 감명을 주었다. 귀화하지 않은 조선인들에게 적대적인 일본사회에서 치마 저고리를 입고 등교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커밍아웃과 같은 것이었다. 영화는 남학생들에겐 없는 옷에 대한 문제를 놓고 발생하는 남녀간의 이견을 다루면서도, 여학생들이 치마 저고리를 입는 것이 단지 규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었다.
이를 보며 난 이슬람의 히잡을 생각했다. 유럽의 히잡착용 금지제도를 두고 여성주의 경향의 친구와 토론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이슬람이 히잡착용을 여성들에게 강요한다면서 히잡금지를 찬성했었다. 분명 앞뒤 맥락을 떼어버리고 의복문제로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종교나 민족을 이유로 한 탄압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히잡착용이나 치마 저고리 교복이 주는 저항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짧은 생각이라고 영화를 보며 되새겼다.
조총련에 대한 인식 역시 바뀌게 된 것 같다. 그전까지 나는, 조총련을 일본 내 북한의 외곽조직 정도로만 생각했지, 재일동포들의 자립적 조직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서 조총련이 특별히 북한을 선호한다기 보단, 남북 구분없이 조선전체를 지향하는 그들에게 남한 정부가 그동안 북한과는 비교도 안되게 야멸차게 대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보다 GDP가 20배 이상은 클텐데도 오히려 재일동포에 대한 지원은 훨씩 적다니..(있긴 있나?)
또 졸업 전 수학여행으로 '조국'을 방문하려는 아이들에게 "왜 한국(남한)으로 국적을 바꾸지 않냐"라는 질문따위나 던지는 남한대사관의 행태에 '우리학교' 교사만큼이나 나도 부아가 치밀었다. 애들이 태어나서 고3이 될때까지 늘상 처해있었던 일본 우익들의 위험에 맞서 남한정부가 해준게 뭐가 있다고 '북한말고 우리를 택하지 않으면 안돼'라고 나오는 것인지 기가찼다.
물론 북한이 '우리학교' 학생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순수하다고 느껴지진 않지만(그 또래의 북한 청소년들 중 몇 %가 옥류관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생계형 노점을 쓸어버리며 외국인 투자자에게 잘보이려 show하는 남한 정부보단 낫다는 생각이 든게 사실이다.
감독이 직접 찍지 않고 학생을 통해 찍은 북한 여행 영상이 나올때에는, '이것 봤다고 국보법으로 잡혀가는거 아냐?'라는 걱정도 사실 들었다. 특히 영상 중간중간에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이 나올 때에는 더욱 그러했다. 이시우 사진작가처럼 '우리학교' 찍은 감독도 구속되지 않을까 걱정하는게 과연 나만의 오버일까?
'조국 수학여행'에서 애들이 돌아올 때, 항구를 가득 매운 일본 우익들 때문에 교장선생님이 부득이하게 여학생들에게 치마 저고리를 벗고 체육복으로 갈아입으라고 시키는 대목에서는 정말 너무 속상했다. 조선인이라는 사실로 긍지가 가득찬 애들에게 '조선인이라는 사실이 탄압의 이유가 되는 일본으로 우린 다시 돌아왔다'라는 현실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러한 일본 우익들과 같은 역할을 우리나라의 군대가 이라크, 아프간 등에서 자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한번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민족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탄압받는 자국민 보호에는 세계 꼴찌수준이면서, 석유와 한미동맹을 위해 다른 민족을 억압하기 위한 군대파병에는 1등을 달리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마냥 부인하고만 싶었다.
북한이 쏜 미사일 때문에 '우리학교' 애들이 일본우익들로부터 보복위협에 시달리는 것 같이, 이라크, 아프간 청년들도 테러리스트로 불리며 우리나라 군대의 총칼로 인한 사살 위협 아래 놓일 것이다. 반전 운동이 단지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영화 내용은 너무 좋았지만, 영화 상영 중 자주 영상이 끊기거나 튀는 것은 옥의 티였다. 열악한 학생회 DVD 플레이어 때문인지라 어쩔수 없는 것이었지만 돈까지 받고 진행한 행사인만큼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덕분에 평소 눈물이 많은 나이지만 감정에 북받치지 않고 차분하게 많은 고민을 하며 영화를 볼 수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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