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시당 생태강연회 "생태주의-진보정당의 기본전략이어야 하는 이유"에 다녀왔습니다

2006-12-31 16:50:04

지역위 송년회 때 양미씨의 제안으로 12월 27일 수요일에 대방동 여성플라자에 있었던 시당 생태강연회 "생태주의-진보정당의 기본전략이어야 하는 이유"에 다녀왔습니다. 연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약 50여명 정도의 분들이 모였던 것 같습니다. 강연을 해주신 김종철 선생님께서도 "연말에 이런 재미없는 얘기를 여기까지 들으러 오다니.. 이상한 사람들이다"며 농을 던지셨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당원들의 열의있는 참여가 선생님께 매우 고무적이었나 봅니다.

두시간이 조금 넘게 진행된 강연은, '자본, 연구 그리고 교육의 재배치를 통해 현재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는 환경문제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주류의 환경론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yes"라고 답하기 때문에 국회예산확보와 친환경적인 기술개발에 노력을 기울인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또 그중의 일부는 이러한 예산확보와 기술개발의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경제가 더욱 성장해야한다고도 주장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접근에 대해,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인용하시면서, 결국 "진실로부터 (오히려) 멀어지는 것"이라며 반대하셨습니다.

여기에 저는 매우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는 일을 예로 들자면, 우리나라 환경부의 환경문제에 대한 입장은 "환경시장 육성"을 통한 환경문제 해결입니다. 대기과학 연구원으로서 환경부의 "연구사업설명회"를 몇 번 참석할 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점증하고 있는 환경위기와 생태위기는 오히려 "환경시장"이 성장할 절호의 기회로써 환경부는 이에 대체할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이런 기술의 특허와 상품화를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대기 중에 떠 있는 "구름"을 연구하는 저희 연구실도 매년 연구성과보고서를 제줄할 때마다 "특허낸거 없냐"라는 질문 앞에 서곤 합니다-_-; 그러나 저는 가뭄과 대기오염에 의한 구름 변화와 같은 문제가 특허기술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치 수돗물이 오염되고 있으니까 상수원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값비싼 정수기를 팔 절호의 기회라고만 생각하는 형국이라고나 할까요?

김종철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주류환경론자들에 반대해 "생태주의"를 주장하셨습니다. 사실 논의가 따라가기 쉽지 않었어서 제가 잘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경제성장이 곧 선(善)이라는 성장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와 "농(農)에 대한 강조", 이 두 가지가 핵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성장주의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해야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정치적으로 좌우를 막론하고, 또 자본주의에 대한 입장을 막론하고 경제성장과 함께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든 노력은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즉, 지금처럼 과도한 경제성장 대신에 "적당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면 환경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으로 비(非)성장 내지는 탈(脫)성장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비성장/탈성장은 자연히 경제규모축소로 이어질 것인데, 이러한 변화는 자본주의 하에서는 저절로 이뤄질 수 없음은 물론이고 또 촘스키가 말한 "아직 한번도 현실에서 존재한 적이 없는 진정한 사회주의"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은 그 이유에 대해, "민주주의 반대말은 '독재'가 아니라 '경제발전'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듭니다. 경제가 발전하는 사회는 고르게 잘 사는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또한 매우 공감이 가는 지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이었다는 IMF나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더 큰 도약"이라고 국정홍보처가 광고하는 한미FTA 모두 결과적으로 부익부빈익빈을 더 심화시키기 때문입니다. 한미FTA가 환경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4대선결조건 중에 "자동차 배기가스 허용 기준 완화"가 있다는 것 이외에는 사실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이처럼 생태주의적 입장에서 한미FTA를 더 근본적으로 반대하셨습니다.

선생님과 그리고 녹색평론의 한미FTA반대는 생태주의의 두번째 기조인 "농(農)에 대한 강조"와도 맞닿아있습니다. 한미FTA와 노무현의 농업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농업전문인력 10만명만 남기고 다 농촌에서 몰아내려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또, "이번 한미FTA 총궐기 때 가장 격렬하게 시위를 벌인 충청남도에서는 44만명이 농민이고 대기업 공장에 고용된 사람은 5만명도 안되는데,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한 공무원은 '매출액 30조원이 넘는 충남지역의 대기업 공장들에 비해, 매출액을 다 합해도 1조원 조금 넘는 농민들이 상대적으로 무시당하는건 당연한거 아니냐'라고 말했는데, 이는 지역의 고용창출 효과에 무지한 태도"라고 강하게 규탄하셨습니다. 김종철 선생님이 직접 번역하신 "오래된 미래(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ReviewKor.laf?mallGb=KOR&barcode=9788990274106&linkClass=030301&ejkGb=KOR )"라는 책에는 환경파괴적인 도시적 소비 생활이 아닌, 생태계 친화적인 농경생활에 대한 제시가 잘 나타나있습니다. 해당 링크에는 책을 읽은 사람들의 리뷰가 30개가 넘게 있는데 이것들만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러나 제가 선생님 강연에 모두 공감만 한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근본적인 사회변화-"이윤에 대한 정면도전"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사회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윤리적 우위에 설 것을 주장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전교조의 예를 드시며, 이익단체처럼 보일 교원평가제 싸움보단 국민들의 "존경"을 받기 위해 학교급식문제를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전략을 제시하셨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하고 또 사회 진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처사가 윤리적일 수 있도록 더 조심해야합니다. 그러나 윤리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일뿐만 아니라 그러한 존경은 오히려 당면한 문제를 선도적으로 폭로하고 탄압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맞설 때에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국가에 의한 복지체계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씀하시면서 지역공동체 차원의 해결을 주장하셨는데,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핵심 슬로건으로 하는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나 생각이 들고 선생님 또한 "민주노동당이 감당하기엔 어렵다고 본다"고 하셨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뒷풀이 때 매우 활발한 논의가 있었는데 우선, "과연 선생님 말씀대로 '가난한 사회'가 우리가 추구해야할 사회일까?"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고르게 가난한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에는 오해의 소지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진보정당의 기본전략에 있어서는 말입니다. 그밖에도 뒷풀이에서는 한 당원 분을 통해서 "현재 남한 사회 수준의 생활을 전인류가 영위하려면 지구가 한개로는 부족하다"는 놀라운 사실도 들을 수 있었고(우리가 뭘 그렇게 흥청망청 산다고 ㅜ.ㅜ), 또 "지속가능한 개발"이 현재 당령인데 그럼 이게 바뀌어야하는 것인지, 당이 채택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는 반면에 우리 당이 주장할 수 있을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더 많을텐데 막걸리도 한두잔 마시면서 얘기하다보니 이 이상은 잘 기억이.. ^^;;

강연과 뒷풀이 이후, 예전 학부시절 때 이과대 선배들과 함께 세미나를 했던 책을 꺼내어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환경과 경제의 작은 역사(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ReviewKor.laf?mallGb=KOR&barcode=9788987057149&linkClass=13190907&ejkGb=KOR )"라는 책인데 이 책에서도 김종철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개인주의적이나 미온적인 정책들을 단호히 거부하면서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인 경제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토대로서 생산을 근본적으로 재조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뒷풀이 때의 "지구가 한 개로는 부족하다"는 지적과 같은 맥락에서 "오늘날의 평균적인 북미인들은 제3세계 평균 1인당 소비량의 40배에 해당하는 양의 상업에너지를 소비한다.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1인당 에너지 소비는 서부 사하라 아프리카의 경우보다 80배나 많다"고 지적하며 "지구의 위기는 자연의 위기가 아니라 사회의 위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강연과 뒷풀이, 그리고 책과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고민해보았습니다. 특히 제가 신촌에서 주로 생활하기 때문에 신촌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본 결과 떠오른 것이 그 많은 신촌의 빵집과 커피집들이었습니다.

"현재 세계는 세계인구를 부양하는데 필요한 양보다 많은 식량을 보유하고 있다. 기아가 존재하는 것은 물리적 제한성 때문이 아니라 식량이 생산되고 분배되는 방식 때문이다"라고 책에서 읽었는데 신촌에는 빠리바게트, 뚤레주르, 던킨도너츠, 크리스피도너츠 등 얼핏 생각해봐도 빵집이 4개나 됩니다. 또 밤 11시가 넘은 지하철역에서는, 이들 빵집에서 그날 안 팔리고 남은 빵을 싸게 판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그 빵이 해당 제과점의 빵인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러한 모습을 보며, "그날 팔다가 남은 빵들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객에게 신선한 빵을 제공하기 위해 자신들은 아침에 갓 구운 빵만을 판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폐기처분할꺼라면 그냥 그 빵들 노숙자들에게 주면 안되나? 사실 난 빵 사와서 반드시 그날 다 먹지는 않고 냉장고에 두고 몇일에 걸쳐서 먹는데.." 그러나 한편으로 팔다 남은 빵을, 돈 있는 사람들은 위생 때문에 안 먹으면서 그걸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게 그리 좋아보이지도 않습니다. 더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돈을 가진 사람이 언제든지 신선한 빵을 구입할 수 있도록 그토록 많은 빵집들이 난립하며 매일 아침 빵을 과다하게 굽고는 밤에 버리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이나 시민단체들이 빵집들을 상대로 "빵 적게 굽기 운동"을 펼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닐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빵집들에게는, 적게 구웠다가 손님이 왔는데 판매할 빵이 없기보단, 좀 남더라도 모든 손님들에게는 항상 판매할만큼 빵을 많이 굽는 것이 이익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촌지역의 평균적인 빵 소비량을 조사해 신촌지역 빵집들이 그만큼만 빵을 굽게시킨다면, 식량재분배 차원에서는 매우 합리적일테지만 빵집들은 영업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할 것입니다. 결국 식량에 문제에 있어서 지구가 한개로 부족한 이유는, 우리 개개인들이 음식을 많이 남겨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시장논리 때문에 남더라도 많이 만들어서, 경쟁 때문에 아직 먹을 수 있더라도 폐기처분하는 구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당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커피집 관련해서는, 당장 신촌에만해도 스타벅스가 2개,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등 매장이 2층 이상인 커피집들만 해도 여러개입니다. 커피는 대표적인 "현금작물"로서 식량의 목적보다는 이윤을 위해 재배되는 작물입니다. 책에는 비록 커피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대신에 현금작물이기는 마찬가지인 설탕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땅 역시 수출용 작물생산의 새로운 '노예'가 되었다. ... 집억적인 사탕수수 재배가 토양을 황폐화 시켰으며, 땅의 모든 영양원을 고갈시켰다". 또, "(1775년의) 브라질은 약 2백만 파운드 어치의 120개나 되는 제당공장을 갖고 있었지만, 그 주인들과 최상등지 소유주들은 아무런 식량도 재배하지 않았다. 그들은 ... 사치품들을 수입한 것과 똑같이 식량도 수입할 뿐이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지구가 한개만으로 부족한 것도 모자라 이윤을 위해 지구의 생산량 자체를 줄이고 있는 것입니다. 강연회 시작전에 환경위원회에서 상영해준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천성산 터널 공사에 대한 문제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우 길게 썼네요. 새벽 2시에 쓰기 시작한 글이 5시까지 왔네요. 개인적으로 당 가입 이후 가장 길게 쓴 글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강연회 시작 전 격려사를 맡았던 단병호 의원이, 사실 자신은 환경문제는 잘 몰랐는데 국회에서 환노위라고 환경과 노동을 묶어놓은 바람에 비로소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고 말해준 에피소드와 "사실 당이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 좀 그렇지"라며 우리끼리 뒷풀이 때 자인했던 점은 아직 당이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김종철 선생님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할 만큼 연말에 강연을 많은 당원들이 참석하고, 또 매우 활발했던 강연회 뒷풀이를 보며 당이 환경문제에 관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기대하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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