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분노한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인사드립니다.

2007-04-20 19:29:28

안녕하세요, 황사관측 국제공동 프로젝트 때문에 평화의 섬 제주도에 와있는 김종환입니다. 오늘로 제주에 온지 8일째가 되네요.

제가 위치한 곳이 워낙 외진 곳이고 또 하루의 대부분을 관측장비가 있는 컨테이너에서 보내다보니 바깥소식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오늘은 간만에 짬이 나서 인사하러 들렸습니다.

제가 있는 제주 고산 기상대는 제주도 서쪽 해안절벽 위에 있습니다. 이곳은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고 인근에 오염원이 별로 없어 한반도 서쪽 해안에 위치한 안면도와 함께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입되는 대기를 측정하는 주요 관측소 두 군데 중 하나입니다. 주변에 오염원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곳이지만 이것은 동시에 그만큼 사람도 많이 안 살고 문화시설 및 편의시설도 드물다는 것들 뜻합니다 ㅜ.ㅜ 그래도 자연환경은 어찌나 좋은지 얼마전에는 컨테이너로 출근하는데 풀숲에서 장끼 한마리가 푸드득~ 하고 날아가서 깜짝 놀랬더랬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건만, 현재 제주도민들은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 강행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른바 "국익 논리"는 여기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안보와 국익"을 위해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국방부장관이 방문한 지난 13일에는 제주도청 정문 앞 시위대를 경찰이 강제해산하면서 70명이 연행되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도의원과 신부까지도 들려나왔다고 하네요. 애초 정부는 "주민동의 하에 추진하겠다"고 했다지만, 노무현이 하는게 다 그렇듯이 현재는 국익을 내세운 일방적인 강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반대위는 "외세의 침탈로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안보를 지탱한 것은 군대의 힘이 아니라 민초들의 합심된 역량이었다"라며 해군기지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제주도당도 “해군기지 추진 중단만이 도지사로서 남은 책무”라며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말고 FTA 또한 제주도민을 분노케한 핵심 사안입니다. 지난 18일 제주시에서는 1만명이 모여서 한미FTA 반대 집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사진출처:제주일보)


1만명이라니, 정말이지 제주도민들의 분노를 실감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몰랐었는데 정부가 FTA를 추진하면서 "감귤을 쌀과 동등하게 대우하겠다고 호언"했었다는군요. 어떻게 감귤을 애초 협상 대상도 아니었던 쌀과 같은 수준으로 대우하겠다는 것이었는지 정말이지 정부의 대책없는 거짓말에 어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민들의 강한 FTA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주도의 FTA반대 운동에는 몇가지 한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제주 농축산인들은 올바르게도 국회의 비준 거부를 요구하고 있지만 동시에 "감귤류 품목 재협상 즉각 실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감귤에 관한 협상이 잘 되면 FTA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FTA가 전체 민중생존권을 침탈한다는 것은 보지 않고 감귤 하나만 떼어놓고 보기 때문인 듯 합니다.
제주경제에서 감귤농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감귤산업을 중심으로 FTA를 바라본다는 것은 이해못하는 바가 아니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협정 파기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라는 한미 FTA감귤특위 위원장의 발언은 위험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제주도의 상황은, 단순히 "퍼주기 협상"이라서나 농업 때문에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할 필요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한미FTA가, 제주도에서 부익부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일부 부자와 내륙의 기업들에게 제주도민의 부를 "퍼주는" 협상이기 때문이라는 FTA에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합니다. 국익론이나 개별 협상대상에만 치중해서 FTA반대 논리를 전개하면 제주도에서와 같이 "특정 품목 재협상"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소아적 이기주의로 매도되어 전체 운동의 대의를 해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오늘자 제주일보에는 단신으로 "해군기지 건설, 한미 FTA협상 타결 등과 맞물려 이달 들어서 주민과 농수축산인들이 잇따른 집회를 개최한 가운데 경찰관들은 연일 집회에 동원되면서 파김치"라는 기사가 떳습니다;; 현재 제주도민들의 분노를 보면 마치 제주도가 평화의 섬에서 분노의 섬으로 바뀌어 버린 듯 합니다;;

그럼 다음에 인사드릴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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