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대우건설 하청노동자 집중투쟁기간 선포식에 다녀왔습니다.

2007-01-24 01:31:53

지난 신촌연희 분회 때 공지되고 또 이 곳 게시판에 소개되었던 대우 비정규노동자들의 집중투쟁 선포식에 다녀왔습니다. 혼자 가게 되면 뻘쭘해서 어떡하나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김지현 동지가 같이 갔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 길 건너편에 대우건설 빌딩이 보였습니다.
"건물은 저긴데 집회는 어디서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대로인데다 지나다니는 차도 많아서 길 건너편에서는 잘 안보였었는데, 지하도를 이용해 길을 건너 대우건설 빌딩쪽 출구로 나가자 별천지가 펼쳐졌습니다. 빌딩 앞 인도에는 한복판에 천막이 쳐져있었고 전경차도 서너대 보였습니다. 또 왠일인지 천막 주변과 빌딩 앞은 쓰레기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딱히 대오가 있는 것도 아니라(달랑 둘~) 쭈삣쭈삣 하며 김지현 당원과 함께 대오 뒤에 앉았습니다. 이어서 저희 뒤로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 분들이 왔고, 그 뒤로도 계속 더 왔습니다. 제가 앉을 땐 저도 꽤 뒤에 앉은 편이었는데, 어느덧 가운데가 되었더군요. 결국 중간에 사회자는 이런 공지를 해야했습니다.
"사회자로서 이런 공지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지금 깔개가 모자라서 늦게 결합하신 동지들이 못 앉고 있습니다. 여분의 깔개가 있으신 동지들은 뒤로 좀 넘겨주세요"


△대우건설 비정규직 투쟁위원회는 23일부터 3일간 집중투쟁을 선포했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투쟁당사자 분들과 연대한 단위를 구분하기가 쉽지않은 여느 집회와 달리, 이번 집회는 어느 분들이 "대우건설 하청노동자" 분들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저보다 머리 하나 정도 키가 작으시고 제 어머니 나이로 되어 보이는 분들이 바로 대우빌딩 청소를 맡고 계신 하청노동자들이셨기 때문입니다. 이 분들은 대개 이삼십년동안 대우건설 빌딩을 청소하셨다고 합니다. 발언을 들어보니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는 최저임금 이하로 보수를 받으면서도 싸우질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노조가 생겨서 최저임금 이상으로 임금을 받게 되었는데 이번에 금호아시아나로 대우건설이 합병되면서 해고당하셨다고 합니다.

더욱 분통터지는 것은, 대우건설을 살리기 위해 무려 10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영진들은 100조원이나 받고도 결국 회사를 못 살렸지만 그 사람들은 자기 이익 다 챙겼을텐데, 수십년을 "청소아줌마"라고 불리며 최저임금 이하로 받고서 건물을 닦으신 분들이 길거리로 나앉았다뇨.

발언이 끝나고 이른바 "출근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단순히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는 것이었는데요, 전경들이 회전문을 안쪽에서 막고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고 결국 "투쟁"이 되었습니다. "젊음을 다바쳤다. 현장으로 돌아가자"라는 구호가 하청 노동자 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호라고 하던데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회전문 유리에 티끌 하나 있어도 야단 맞을세라 반반하게 닦고 또 닦았을 그 문을, 이제는 생면부지의 전경이 가로막고서 들어오지 말라고 하다니요. 제 어머니와 같은 연세로 보이시는 하청 노동자분들이 달걀을 던지고 신문을 유리벽에 붙이고 종이를 찢어서 입구에 뿌렸습니다.

저는 비로소 왜 천막 주변에 유난히 쓰레기가 많고 지저분한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고용되어 있었을 때에는 작은 종이조각만 떨어져있어도 눈치보며 야단맞기 일쑤였지만, 이렇게 해고되고 나니 아무리 입구가 더러워도 "더이상 너희들은 필요없다"고 말하는 사측에 대해 아주머니들이 분노를 표시하는 방법이 바로 입구에 쓰레기를 늘어놓고 건물 외벽을 계란으로 더럽히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자신들이 수십년간 쓸고 닦았을 바로 그 바닥과 벽에, 이제는 계란을 던지고 종이를 찢어 뿌리시는 아주머니들을 보니 정말 울컥했습니다.

살기위한 싸움이 84일이나 되었다.[참세상]



이번 집회를 통해 알게 된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대우건설 비정규직 투쟁 노조위원장의 자기반성과 같은 발언을 듣고 지현씨가 제게 알려주어 알게 된 것인데, 2002년엔가 대우건설 노동자들 1700명이 해고되었을 때 해고노동자들은 바로 이 건물로 진입하려는 투쟁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 때 사측은 해고노동자들의 진입투쟁을 저지하기 위해 지금 이 하청노동자들을 동원했었다고 합니다. 위원장은 그 때의 실수를 반성한다면서 건물 안에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200명의 조합원으로 탄압받으며 시작해서 현재는 1300명으로까지 조직을 성장시키고, 이번 금호아시아나 인수 때에도 일자리를 지켜낸 바로 그 정규직 노조의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러한 호소에 응하며 건물안에서 뛰쳐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용자에 의한 노동자 간의 분열은 깊은 듯 했습니다. 이를 보며, 노동조합들이 눈앞에 이익이나 감정의 골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들은 하나의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당이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2시간 정도 지나서 선포식은 끝났습니다. 여전히 건물은 전경들이 막고 서 있었지만 많은 대오가 결합한 선포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위원장은 정리발언을 하며, "이번은 1차 선포식일 뿐입니다. 우리가 출근하게 되기 전까지는 2차, 또 3차 선포식까지도 있을지 모릅니다. 동지들 함께해주십시오!"라고 마무리했습니다.

여러모로 느낀 것이 많은 선포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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