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당의 일심회 대응에 관해 당원이 아닌 연구실 선배와 반시간 정도 토론했습니다.

2006-12-22 16:39:38

저희 연구실에 선배(당원 아님)과 일심회 사건과 그에 대한 당의 대응(그 형은 "대국민 사과"라고 표현하던데)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연구실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형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일심회 사건에 대한 현재 당의 대응이 "일반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지 알 수 있었던 기회인거 같아서 정리해봤습니다.

우선 그 형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나이는 이제 30대 초반으로, 20대 초반에 일반 사병으로 수도방위사령부에서 복무하였으며 이에 대해 긍지를 갖고 있으며 북한은 여전히 남한에 대해 군사적으로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실험실에서 보내야하는 이공계 대학원 연구원으로, 식사 후 소일거리로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연예뉴스와 정치/경제뉴스를 검색해 보고 가십거리 삼아서 하는 가벼운 토론은 즐겨하는 편입니다. 한나라당과 열우당 그리고 노무현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으나, 그렇다고 선거 때 민주노동당을 찍는 것도 아닌 그런 분입니다. 또 한미FTA 체결과 자이툰부대 파병에 대해서는 "옳지 않지만 미국 때문에 어쩔수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하는 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이야말로 우리 당에서 타겟을 삼고 적극적으로 지지를 호소해야할 "일반 대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십거리가 늘 그렇듯이, 오늘 논쟁 또한 다른 얘기를 하다가,"아 그런데 그건(일심회 사건) 민주노동당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잖아. 그건 결국 자기네가 잘못했다고 인정한거 아냐?"라고 그 선배가 말한 대목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별 생각없이 "그건 공당으로서 국민에게 우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한 것이지 검찰의 혐의내용을 인정한건 아니죠"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래도 일심회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정치공작이나 정부의 탄압이라고 하던 주장하던 것에 비하면 한발 물러난 거 아니야?"라고 되묻더군요. 그제서야 저는 퍼뜩 놀라서 논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부터는 대화형으로 쓰겠습니다.

선배 : 그래도 일심회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정치공작이나 정부의 탄압이라고 하던 주장하던 것에 비하면 한발 물러난 거 아니야? 대국민사과까지 했으니까 자기네가 잘한 건 아니라고 인정한 거 잖아.

나 : 검찰과 국정원은 처음에는 마치 "간첩단"이 실재해서 엄청난 국가 기밀이라도 팔아넘긴 것처럼 하더니, 결국 공소장에서 피의자들이 북한에 넘겼다고 제시한 정보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정보뿐이잖아요. 그렇다고 국정원이 민주노동당을 염려해서 당 정보를 지키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잡아가기 위한 구실을 찾다가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니까 아이러니하게도 한나라당이나 열우당이 아닌 민주노동당의 정보를 넘겼다는 구실을 내세운 것이죠. 그런 것에 대해서 당이 대국민사과까지 한 것은 전 적절치 않다고 봐요. 어차피 국정원은 피의자들이 민주노동당 정보가 아니라 서울시 지하철 노선표만 넘겼어도 잡아갔을 거 잖아요.

선배 :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실정법 상으로 북한 사람을 만나면 불법 아니야? 공당으로서 그런 불법을 저지른 것은 사과하는게 맞다고 보는데?

나 : 민주노동당은 원래부터 국가보안법이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이예요. 마땅히 당원이 국보법 때문에 잡혀가게 될 경우,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며 그 당원은 무죄라고 주장해야지 이렇게 사과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봐요. 마치 미국에서 흑인들이 인종차별적인 법에 반대하며 "시민불복종 운동"을 운동을 전개하며 "불법이니까 우리를 잡아가라.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대응했던 것처럼 당도 당원들이 구속되면 이들을 석방하고 국보법 자체를 폐기할 것은 요구해야 했어야 옳았다고 봐요.

선배 : 그래도 북한을 만나서 당 정보를 넘긴건 잘못한 거 아니야? 게다가 민주노동당이 친북세력이라 보는 사람도 많은 것이 사실이잖아. 그런 상황에서 대국민 사과는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공당으로서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나 : 저 역시 형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나쁜 사회이며 또 저는 그 나라는 사회주의조차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지 국가관료들이 일반 국민 위해 군림하고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당에는 북한을 "대안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과 충분하게 토론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당 안팎에서 토론하고 논쟁할 문제이지 국가가 나서서 사람을 잡아갈 그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국가보안법은 사상만으로 사람을 잡아가서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는 악법이기 때문에 지금은 "북한 접촉" 운운하면서 피의자들을 잡아가지만 언제라도 이를 확대해서 북한과는 무관하게 파업을 선동한다거나 정부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잡아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북한이 어떤 나라냐는 문제와는 별도로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을 문제의 핵심으로 봐야한다는 거예요. 예전 나찌 독일 하에서 히틀러가 집시와 유태인 그리고 교회 성직자들을 차례로 잡아갔는데 그 때 한 목사가 이런 말을 했대요. "그들이 집시를 잡으러 왔을 때 나는 그들을 방어해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집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시 유태인들을 잡으러 왔을 때 나는 그들을 방어해주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유태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은 북한 사람을 만난 것을 이유로 잡아가지만 언제든지 다른 당원들에게도 그 칼날을 겨눌 수 있다는 거죠.
저는 오히려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더욱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봐요. 게다가 내년에는 대선까지 있잖아요.

선배 :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 중에, 특히 나이가 서른이 넘은 사람들 중엔, 어릴 때부터 북한은 나쁜 곳이라고 교육받은 사람들이 다수인데 그런 주장을 해서 선거에 좋을게 있을까? 너는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은 마치 "설탕은 달다"라는 것만큼이나 "북한과 친한 민주노동당은 나쁘다"라고 생각할 거라구. 민주노동당이 선거를 생각한다면 북한과 확실히 선을 긋는게 필요하다고 난 생각해.

나 : 물론 저도 북한이 나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동시에 이런 쟁점에 있어서 민주노동당만의 색깔인, 국가보안법 철폐와 북한에 대해 자유로이 입장을 가질 권리를 분명하게 주장하지 않으면 오히려 선거에 있어서 민주노동당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민주노동당이 표를 끌어오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열우다과 민주노동당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예요.

선배 : 생각은 이상적이고 좋은데, 별로 현실성이 없는 주장인 거 같아.

나 : 오히려 저는 매우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한 예로, 지난 지방선거 때 열우당이 엄청난 참패를 겪었는데 민주노동당이 별 이득을 못 봤잖아요. 지난 대선 때에 그 대한축구협회장(이름이 생각이 안났음)이 막판에 노무현 지지를 철회하면서 원래 민주노동당을 찍은 생각이었던 사람들이 노무현을 찍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이번에 열우당이 몰락하면서 그 표가 민주노동당에게 왔어야 했다구요. 그러나 그러지 않았아요. 왜냐하면 민주노동당이 의회 내에서 이른바 "수의 논리" 때문에 "열우당 2중대"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열우당과 무엇이 다른지 선명하게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를 잘 보여주는 한 예로,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종철 후보는 TV 토론회에서 주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를 공격했는데 막판 토론회에 가서는 열우당 강금실 후보의 정책들을 공격하자 방송이 끝난 후 강금실이 김종철에게 가서 "왜 우리는 색깔이 별로 다르지도 않는데 공격하냐"고 말해서 깜짝 놀랐대요. 열우당 후보조차 민주노동당 후보인 자기와의 색깔 차이를 못 느끼는데 하물며 일반 유권자들은 어떻겠는가라는 생각에서 말이예요. 이처럼 민주노동당이 열우당과의 색깔 차이를 유권자들에게 잘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에 열우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더 큰 정치적인 강을 넘어서 한나라당에 투표하게 된 것이구요.

선배 : 그렇지만 민주노동당이 너처럼 투쟁하려는 성향의 사람들만의 지지를 받아서 성공할 순 없잖아?

나 : 분명히 민주노동당이 국가보안법 철폐나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도입 같은 주장을 하면 이에 이질감을 느낄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그것은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에 등장했던 정당들이 그런 주장은 거북하게 받아들일 정치 풍토를 만들어놨기 때문이예요. 민주노동당은 그런 기성정당들로부터 정치적인 독립을 목표로 삼아서 생긴 정당이구요. 그런 당이 당장의 이질감 때문에 자신의 색깔을 숨기고 기존의 정치 풍토에 융화되려고 한다면 그게 되겠어요? 민주노동당이 아무리 "운동권 정당"이 아닌 척 해도 사람들은 "운동권 정당"인 것을 다 안다구요. 해야할 것은 운동권 정당이라는 것을 숨기려고 할 게 아니라, 운동권 정당 또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고 그 대안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입했을 때 보수 언론조차도 "진보정당 최초 원내진입"이라며 기사를 크게 쓴 것은, 기존의 정치풍토와 정치적 주장에 민주노동당이 신선한 이질감을 불러올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해서 그런 것이지, 기존 정치에 잘 융화되길 기대해서 민주노동당을 치켜세워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선배 : 나도 무상의료, 무상교육 같은 것은 마땅히 이뤄줘야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과격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나 : 저는 오히려 무상의료, 무상교육이야말로 가장 급진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세 저항이 큰 부유세 도입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힘있고 돈많은 삼성의료원 같은 병원등이 내심 원하는 "의료기관 영리법인화"와 "민간 의료보험 확대, 국가 의료보험 축소"등에 반대하고 현재 열우당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에 반대해야하기 때문이예요. 시장논리를 내세우는 열우당과 한나라당이 절대 내세울 수 없는 주장이 바로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의료와 교육을 시장화하라고 주장하는데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해버리면 기업들은 이윤추구를 할 수가 없어지잖아요. 무상의료 무상교육은 이 사회에 힘을 가진 기업들과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반대하지 않고서는 성취할 수 없는, 매우 급진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이후에도 선배는 "그럼 민노당이 집권하면 정말 파업이 사라질까?", "너는 내년 대선 때 민노당이 정말 집권할 수 있다고 믿어?"라는 등의 질문을 했습니다.

제가 선배와의 대화를 이곳에 올리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연구실 선배야말로 선거 때 당이 표를 호소할 수 있는 적절한 대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당의 일심회 사건에 대한 대응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당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차라리 처음에 외쳤던 "일심회 사건은 정치 공작이고, 진보 진영에 대한 구시대적 탄압이다"라는 주장을 계속 밀어붙였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당원들을 방어하며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강하게 펼쳐야 했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피의자들이 넘겼다는 정보로 검찰이 공소장에서 제시한 것이 "민노당 정보"뿐이라는 사실은, 그들이 기존에 주장하던 "간첩"은 완전히 허구였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당이 국가보안법 철폐라는 본래의 색깔을 분명히 해야 잠재적인 지지자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서없이 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