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자평통위 강연 후기] 북한의 군사력이 아닌, 전세계 반전운동에 동북아 평화를 기대해야 합니다.

2007-03-19 11:09:43

게시판에 보니 자평통위 강연회 후기들이 올라와 있어서 그날 참석했던 저도 뒤늦게나마 올립니다 ^^

강연회 후기 중 치우님의 글( http://sdm.kdlp.org/zboard/zboard.php?id=write&page=2&sn1=&divpage=2&no=8882 )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같은 강연을 들은 저와 생각이 많이 다르시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당 내 다양한 생각을 알게되다니 강연 내용 이상으로 유익한 토론회가 된 것 같아서 기쁩니다. 강연회 때 토론과 질문 시간이 더 길었어서 뒷풀이 때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드네요^^;;

"‘대륙을 베어 먹는 단검’이라 스스로 지칭한 한반도를 미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는 치우님의 지적에 저 역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중세 이후 20세기까지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가 그래왔듯이 미국은 물론, 패권을 노리는 국가라면 누구라도 결코 한반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번 강연회 때 RSOI 훈련과 을지포커스 훈련의 위험성을 알게 된 것이 제게는 매우 유익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부분적으로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이견도 많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결국 참가자들은 중대결단을 내리려다가 중단하고 말았다. 유효한 군사적 선택카드가 하나도 없다는 점 때문에 그들은 좌절감을 맛보았다.”- 2003년 영국 BBC방송 8월18일-

치우님이 말씀하신 기사는 http://news.bbc.co.uk/2/hi/asia-pacific/3160823.stm 인 듯 합니다. (뉴욕타임즈는 기사를 보려면 돈을 내야해서 찾지 못했습니다ㅜ.ㅜ) 치우님이 인용하신 기사 대목은, 당시 핵실험 재개를 선언한 북한에 대해서 미국이 어떤 대응을 해야할지 여러 시나리오별로 분석을 해봤다는 부분 중에 나옵니다. "직접적인 군사공격"이라는 시나리오를 채택했을 경우 좋은 카드가 없기 때문에 결론을 못내렸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 전면전을 개시할 준비가 안되어있다는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의 군사력과 지하요새화 된 기지 때문에 미국이 좌절감을 맛보았다고 결론내리기엔 조금 성급하지 않으셨나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사 전반부에는 전직 CIA 국장과 미공군 장군의 분석 결과가 다음과 같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작전대로라면 30일에서 60일 이내에 북한을 이길 수 있다. We judge that the US and South Korea could defeat North Korea decisively in 30 - 60 days with such a strategy". 인용하신 대목은 이러한 호전적 일부 군 장성과 달리 아직 워싱톤에서는 직접적인 군사공격이, 함께 검토되었던 경제재제, 위협 그리고 봉쇄조치에 비해서는 덜 현실적이라는 것을 설명한 대목입니다.

또한 워싱톤의 시나리오에서 과연 미국을 머뭇거리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북한의 군사력"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사에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의 참전이 고려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력을 두려워했다기 보단, 세계 강대국들이(일본, 중국, 러시아) 밀집되어있는 동북아에서 전쟁이 일어났다가는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돌아오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좋은 카드"가 없다면서 결론을 못 내렸다고 봅니다.


2. "미 본토를 직격할 수 있는 무기와 의지를 가졌고, 미국의 핵공격에 대비한 광범위한 지하시설을 갖춘 나라는 지구상에 북한밖에 없습니다."

저는 북한이 미 본토를 직격할 수 있는 무기와 의지를 가졌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체제보장"이라는 점에서 북한은 미제국주의에 반대하기 보단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에게 인정 받는 그런 나라가 되고 싶어하는 것으로 제게는 보입니다. 북한의 김계관이 최근에 "중국은 우리를 이용만 하려고 한다"라고 중국은 비판했는데, 이는 떠오르는 패권국인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사이에 북한이 끼어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3. "지금까지 북한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비록 미국이 북한에 직접적인 폭격을 가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각종 제재를 통해 수많은 북한 주민들을 기아로 내몰았습니다. 뉴스에서는 걸핏하면 세계식량기구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대북지원을 늘리지 않으면 몇만명이 기아로 사망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옵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남한보다 공업이 더 발달했었다는 북한은 이제 세계 최빈국의 반열에 오른지 이미 수년이 되었습니다.

작년 핵실험 이후 미국이 추진하려던 대북경제재제에 진보진영이 반대한 이유도, 그러한 제재로 북한의 주민들의 생활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4. "전 세계 진보진영의 일대승리를 우리 스스로 깍아내리면서... "

저는 얼마전에 BBC 뉴스에서 "미국은 고급 와인과 애플 iPod의 대북 수출을 금지시켰다"라는 기사를 ( http://news.bbc.co.uk/2/hi/asia-pacific/6304697.stm ) 보곤 의아했었습니다. 기아로 죽어가는 주민들이 견디다 못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나라에 고급 와인과 스포츠카 그리고 애플 iPod가 애초 수출이 되고 있었단 말인가? 대체 그걸 누가 사지? 답은 바로 북한 고위 관료들이었습니다.

자국민이 굶어죽어도 자신들은 고급 와인과 비싼 스포츠카, 게다가 패션 트렌드까지 따라간다고 애플 iPod까지 사서 듣는다니 북한의 엄청난 양극화와 관료들의 태도에 정말 놀랐습니다. 이런 관료들이 핵실험을 통해 일본의 재무장에 빌미를 주고 남한 우익들이 오랜만에 국가보안법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하도록 하게 해서 얻은 성과는 결코 전 세계 진보진영의 일대승리라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고위관료들은 세계의 화약고 한가운데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면서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안위를 지킨다는 점에 있어서는 대단할 지 모르겠으나,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자국은 물론 다른 나라 민중의 안위까지도 내팽개치는 이들의 선택(=핵실험)에 대해 전 세계 진보진영은 당연히 반대해야할 것입니다. 오히려 상호 군축을 통한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주장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그러나 우리민족은 세기를 넘기는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는 유일한 민족입니다. "

우리는 미국과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 패권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 강대국들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것입니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용과 호랑이 사이에서 북한은 용의 코에 앉아서 호랑이를 놀리고 있는 형국이랄까요? 북한을 치면 결국 중국이라는 용을 건드리게 되기 때문에 미국이 가만히 있는 것이지 결코 북한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이 지목하는 테러지원국에 북한이 매년 포함되는 이유는 그만큼 동북아 지역이 화약고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 미국의 궁극적인 적이 북한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족의 단결을 통해 외세를 물리치자는 주장 못지 않게, 미국 내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50만명의 미국민과 영국의 10만 시민, 일본의 각성을 촉구하는 진보적 인사들, 그리고 그 밖의 전세계에서 평화와 상호 군축을 바라는 다수 민중과 함께 싸우기를 기대해야한다고 봅니다. 마치 미국 반전운동의 어머니 신디시핸이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를 방문하고서 한껏 고무받아 자국으로 돌아간 것처럼 우리도 외국의 반전 운동과 함께해야 합니다. 베트남전은 베트남의 군사력이 미국을 압도해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전세계 반전 여론이 미국을 물리친 것이라는 사실로부터 보건데, 우리가 기대할 것은 북한의 뛰어난 군사력이 아니라 전세계 반전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6. 북은 미국의 군사패권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북한의 이른바 벼랑끝 외교가 있은지는 수십년째이지만 미국은 그 사이에 걸프전과 아프간 전, 이라크 전, 그리고 지금은 소말리아와 이란 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이 중동에 발목이 묶이면서 그동안 미국의 앞마당이라고 불리우던 남미에서 좌파정권들이 연이어 들어서고 있는 것에 대조해봤을 때, 이런 기회에 각국이 핵실험과 군사적 이데올로기로 재무장 하며 패권탈환을 노리고 있는 동북아의 현 상황은 갈수록 군사적 패권주의에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또 중동정세 때문에 미국이 동북아에서 패권이 전보다 약해졌다하더라도, 중국과 일본이 그만큼 급속히 군사력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군사패권은, 미국의 통제는 물론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핵무기와 군사력을 갖춤으로써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쟁 자체에 반대하고 패권에 반대하는 전세계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행동을 통해서 가능한 것입니다. 총과 총, 핵과 핵이 마주보면서 이뤄지는 평화는 결코 항구적 평화가 아닌 일시적인 태풍 전 고요가 될 공산이 크다고 저는 우려합니다.


이상으로 제 의견을 적어보았습니다. 토론회 때 얘기하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글로만 의견을 교환하니 안타깝네요. 한편으론 저도 이번 강연을 통해 미국의 군사훈련을 반대하는 투쟁에 열심히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우님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와 신자유주의 질서에 반대하는 동지분들 모두 투쟁의 현장에서 뵙게 될테니 더 많이 토론해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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