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4 12:35:42
금요일(3월 2일) 지역위 사무실에서 있었던 제도개선 및 대선전략 당원 토론회에 참석했었습니다. 오후 8시 20분경에 서울시당에서 온 분이 시당대의원 대회 안건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9시경에 본격적인 토론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토론회가 시작될 즈음에는 18~20명 정도의 당원분들이 지역위 사무실을 가득 채우셔서 토론회에 대한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회 1부는 이경자 중앙위원의 발제로 제도개선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주로 1)당대회 권한에서 예결산과 사업계획서 심의,의결을 삭제하는 것과 2)당 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사무처장 임면권을 갖는 것에 대해 토론이 되었습니다.
제 기억을 더듬어서 적어보자면, 김** 당원은 "쉽게 가기보단 정확히 가야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동안 기술적인 문제로 예결산 심의가 소모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당대회 권한에서 삭제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저 또한 사업계획서야 말로 당의 진로와 정치를 둘러싼 토론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될 사안일텐데 이를 당대회에서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당대회의 정치토론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를 표했습니다. 강00 당원은 "민주주의 원칙만 주장하기 보단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고 김희연 당원은 "이전에도 당대회에 대한 많은 개선 논의가 있었으나 실제로 진지하게 고려된 적은 없었다. 그랬었는데 이제와서 당대회 권한 자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당헌을 개정하려는 것은 우려스럽다"라고 했습니다. 박종호 당원은 "현재 당대회 안건은 개최 7일 이전에 공지하도록 되어있는데 차라리 사업계획서를 12월 즈음에 공지하고 1월 당직 선거를 거치면서 당원들의 토론을 거치고 그 결과를 2월 당대회 때 반영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당직선거야말로 정치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시기이므로 당 대회 안건이 이 때 논의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으로 대표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된다는 우려에 대해 김** 당원이 "집중과 견제의 원리라고 했는데, 견제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개선은 찾아보기가 힘들다"라고 지적했고, 이경자 중앙위원은 "오히려 3역이 한팀이므로 당원들의 탄핵을 통해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대표를 "탄핵"할 수 있기 때문에 견제의 원리가 살아난다는 답변에 잘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이후 강00 당원의 말마따나 "당대표를 갈아치우는게 쉬운일이 아니"고, 김** 당원의 지적처럼 "당대표가 임면권을 이용해 자신의 손발인 정책위의장과 사무처장을 면직시키는 것으로 책임을 피하려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1부인 제도개선 토론은 당대회에 상정된 안건에 반대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었고, 이경자 중앙위원은 "중앙위원회에서는 상정 안건에 찬성했었는데, 더 고민을 해서 당대회 때에는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는 지도 검토해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조금 휴식을 취한 후 박종호 중앙위원의 발제로 2부 순서로 대선전략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2부에는 주로 1)당 밖 사람들과 선거를 위해 연합해야하는가와 2)이번 대선에서 기호 4번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 후보를 배출해야하는가를 토론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가 분리되기 어려운 면이 있기도 합니다. 논의가 워낙 뜨겁게 진행되었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제가 토론을 듣고 느낀 의견 위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강00 당원의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진보가 아니다."라는 주장과 김** 당원의 "당원직선제 이외의 제안은 애당심(愛黨心)이 부족해서 나온 제안"라는 주장에 저는 반대합니다. 진보의 기준은 오로지 민주노동당 지지여부가 진보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휘그적 역사(Whig history)'라는 말은, 역사 서술에 있어서 마치 현재의 입장과 신념은 이전 시대가 필연적으로 도달하게 될 결과라는 생각을 비판적으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민주노동당이 그간 진보정치 운동의 역사적 산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진보라면 당연히(or 자동적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휘그적 역사관만큼이나 잘못된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의 확대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중들을 우리쪽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할 때만 가능한데, 특히나 이번 대선처럼 "개량"을 원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후보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들에게 "얼치기 개량"에 기대해서는 안되고 거대한 사회변화를 수반하는 "화끈한 변화"에 기대를 걸어야한다고 설득해야하고 이를 위해 <통 큰 도전>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즉 당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신자유주의 반대", "한반도 평화 위협 및 침략 전쟁 반대"와 "한나라당과 열우당 후신 반대"와 같은 몇몇 명제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함께 선거를 치룰 수 있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정현정 당원은 "민주노동당의 문턱이 그렇게 높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치 문화가 척박하고 정당에 대한 인식이 미천한 한국에서 대중들이 느낄 민주노동당에 대한 문턱 역시 어느정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저만해도 입당 사실을 주변에 알리자 사람들은 "놀랍다"면서 입당했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제가 무슨 투사라도 된 듯이 바라봤습니다-_-;; 제 주변과 지난번 상가방문 때 만난 분들 중에는 "총선 때 후보는 다른 당 찍지만 정당명부제는 민노당 찍는다"면서 "나도 심정적으론 민주노동당원이야"라는 표현을 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정당명부제가 있는 총선과 달리, 후보 1인에게 투표해야하는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심정적 동조자"들이 선뜻 민주노동당을 찍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벌써부터 열우당에서는 이를 노리고 우리의 "심정적 동조자"들을 빼가기 위해 온갖 꽁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천정배는 참여연대 차병직 집행위원장과 대담한 내용을 최근 책으로 출판했는데 이는 참여연대로 대표되는, 변화를 원하는 민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작입니다. 민노당에 심정적으로 동조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열우당 인사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면서도 "미워도 다시한번"이라며 이들에게 투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량설득무기"가 필요합니다.
또한 토론회에서는 "대선 때 '기호 4번 민주노동당'이라는 선전을 하지 않으면 총선 때 어떻게 우리 당이 표를 확보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번 대선이 단순히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한국 정치의 구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02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vs 반한나라당이라는 구도로 치뤄졌습니다. 이번에도 열우당은 "평화개혁세력 단결하라"고 하면서 이를 재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후보단일화를 통해 대선 구도를 신자유주의 찬성 vs 반대로 옮길 수 있다면 이는 대선 이후에 치뤄질 총선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는 한국 사회의 정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총선에 걸림돌이 되기보단 오히려 득이 될 것입니다. 또한 후보단일화를 통해 당선이 되거나(아싸~) 혹은 차점자가 되는 등의 성과를 거둔다면 선거연합은 향후 총선 역시 함께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당이 지난 총선에서는 지역구 의원이 없었는데 선거연합을 통해 지역구 의원 선출을 노려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거연합이, 당 해소 내지는 재창당이 아니라 각기 다른 정치 세력간의 연대라는 점만 분명히 한다면,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진보세력임이 자명한 당이 기존의 인센티브를 놓치지 않으려다 더 큰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간략하게 토론회 후기 및 제 주장을 적어보았습니다. 3월 개강과 북극출장의 압박으로 당 활동에서 적극 참여못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의 주장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제게는 특히 유익한 토론회가 된 것 같습니다. 당 대회가 이제 1주일 남았는데 그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활발하게 토론이 되면 좋겠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