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세대학교 본관앞에서 있었던 "연세재활학교 교육권 확보를 위한 3차 집중 결의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생소한 분들은 아래 사진에 적힌 플랭카드를 보시면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연세재단은 신촌 세브란스 재활 병원 건물 내에 장애아동을 위한 재활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특수학교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난 43년동안 병원 한켠에 정상적인 시설과 환경을 확보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왔다고 합니다. 작년에 세브란스는, "지상 21층 지하 3층 1004병상, 연면적 52,000여평 규모로서 국내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최대 시설"인 새건물을 지었지만 재활학교의 공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학부모님들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라고 외치며 추운 겨울날 천막농성을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기본적인 요구안인, "우리도 중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요구안을 걸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내용인즉슨, 재활학교에는 유치부와 초등부만 있어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장애학생들은 학교를 떠나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브란스에서 가장 가까운 재활학교는 마포구에 있는데 이마저도 현재 포화상태이기 때문에(서울시 전체에 5개 밖에 없음) 이들은 중학교를 가기 위해선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를 가야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대중교통은 장애인들의 사고를 유발하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장애인들의 인명피해를 양산하는 현재의 대중교통체계의 개선을 요구하며 싸우는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주요구호가 "더이상 죽을 수 없다"라는 사실은, 이제 겨우 중학생에 진학하는 장애아동들에게 먼거리를 통학하라는 요구가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연세재단에 분노해서 천막으로 나온 것은 이 때문만이 아닙니다. 연세재단이 지난 10년동안 중학교 설립 약속을 계속 어겨온 것은 차치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연세재활학교 중․고등부 신설을 위해 37억 가량의 예산을 배정해놨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동안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더 많은 지원금을 요구하며 예산집행을 미뤄왔습니다. 재활학교 교사들이 "학교건물이 새로 지어질 때까지 우리 교무실을 비우고 그곳에서 애들을 가르치겠다"고 결의하기까지 했지만 학교는 여전히 중학교 신설에 대해 묵묵부답입니다. 이것이 바로 학부모들이 연세대 본관 앞에 천막을 치게 된 이유입니다. 연세 재단 본부장은 얼굴 두껍게도 지난 2006년 10월말에 연세재활학교 학부모들은 만난 자리에서 대놓고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학부모들의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울분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저도 집회에는 처음 가봤는데, 비록 당 깃발은 없었지만 그래도 당원 분들이 종종 있어서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지역위 차원의 조직적인 참여라기보단 개별 학생회 차원 내지는 개별적으로 참가한 형식이었지만 말입니다.
연세대 학생위의 한진택 동지^^는 "저는 중학교 갈 때 별 고민없이, 아니 사실 어느 순간 이미 중학생이 된 것이었는데 장애아동들에겐 그게 이렇게 싸워야만 얻을 수 권리라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의 명의로 연대발언을 했습니다. 지역위의 김오달씨 또한 기사취재를 위해 왔었습니다.
저는 학교의 무관심에 방치된 장애아동들이 불쌍하다는 것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교육을 사실상 포기하는 학교의 모습에 크고 실질적인 위협을 느낍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기여우대제와 고교등급제를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주장하므로써 돈벌이에 눈이 먼 사립학교의 전형을 보여준 연세대학교는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학부모들 면전에서까지 수익성을 운운하며 교육은 권리가 아닌 상품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거리낌없이 펼치는 모습을 있노라면 미래의 대학들이 이대로 놔두면 어떤 모습이 될지 눈앞에 훤히 보이는 듯합니다. 최근에 발표한 연세대 송도캠퍼스 계획 또한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에서 눈치안보고 마음껏 이윤을 뽑아내기 위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일부 연대생들은 재활학교에 돈이 들어가면 자기네가 피해본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숲은 못보고 나무만 보는 것입니다. 장애아동들에게는 냉혹한 학교가 대학생 내지는 대학원생들에게는 후하고 관대할꺼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학생들 장학금을 어찌나 많이 삭감해는지 제 지도교수님께서는 회식 자리에서 "학교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면 너네도 좀 나가고 그래라"며 저와 제 동료들에게 지령(?)을 내리시기도 했습니다. 학교가 매년 천문학적인 액수를 이월적립금으로 쌓으면서도 등록금을 올리는 이유와 수익성 떨어진다고 장애아동들을 거리로 내모는 이유는 같습니다. 신자유주의적 대학 개편, 대학의 영리법인화를 막지 못하면 그 피해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사족입니다만, 당에 가입하고 난 이후, 그전에는 몰랐었는데 제 주변에 생각보다 "정치적"인 사안들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오늘 참가한 천막농성도 그 중 하나입니다. 물론 입당전에도 천막을 봤다면 마음 아파하긴 했겠지만, 지난 한미FTA 서명전과 집회 참가 등을 통해 보다 포괄적인 시야를 갖게 되면서 이전보다 더 "내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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