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투쟁결의 문화제에 다녀왔습니다.

2007-01-14 13:11:31

토요일 오후 3시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열렸던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투쟁결의 문화제에 다녀왔습니다. 모지도록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인천, 강원, 광주, 부산, 충북, 울산 등)에서 많은 공무원노조 분들이 모였습니다. 이번 문화제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린 애들을 포함해서 공무원분들의 가족들이 여타의 문화제에 비해 많이 오셨다는 것입니다. 문화제 막판에 마지막 발언은 "가족의 편지"를 한 조합원의 아내분께서 읽는 순서였는데, "12만 4천원 첫 월급을 받고서도 든든한 노후가 있으니까 걱정말라며 오히려 너스레를 떨던 당신.."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읽다가 결국 울먹이셨습니다.


△공무원노동자의 가족들도 문화제에 참가했다.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장차 기상청에서 일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저와 제 연구동료들에게 이번 사안은 매우 민감한 사안인지라, 지난 목요일날 연구실 내에서 뜨거운 토론이 있었습니다. 토론은 "가뜩이나 국민연금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공무원들이 '무리하게' 연금을 타 가는거 아니냐, 이번 정부의 공무원 축소안이 일리있다고 본다"고 한 연구원(A)이 말한 것이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해당 발언을 한 연구원은, 대학 졸업 후 노동강도가 매우 높은 건축회사에서 현장직으로 2년 정도 일하다 대학원에 들어왔는데, 자기가 사기업에서 일해보니까 공무원들 정도면 대단히 좋은 보수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공무원연금 얘기를 꺼낸 제가 말할 틈도 없이, 연구실 내 다른 연구원들이 토론에 격.렬.하.게. 참여하였습니다. 그 중 한 연구원(B)은, 아버지께서 몇십년동안 교육청에서 일하고 계신 분인데 "우리 아버지가 사기업에 비해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동생들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노후보장이 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제와서 연금을 깎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면서 격앙된 어조로 반박하였습니다. 또한 다른 연구원(C)은 기상청에서 파견교육을 나온 공무원으로, 공무원인 자신의 입장이 토론에 끼어들기 애매하다고 판단했는지 말은 아끼셨지만, 그래도 "사기업은 퇴직금이 있지만 공무원은 오로지 연금뿐이야. 물론 정부는 퇴직금을 새로 지급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게 부족분을 모두 메꿔줄지 의문이야."라며 공무원 연금안에 불신을 나타냈습니다.

중간에 제가, "지금 정부가 공무원 연금 삭감을 추진하는 까닭은 공무원 연금 기금을 줄여서 국민 연금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예요. 지금은 정부가 마치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연금을 받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부족하다는 듯이 말하지만, 이 정부는 출범 이래 끊임없이 '시장원리' 운운하며 복지제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공무원 연금 개악은 국민연금을 개악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봐야지, 공무원 연금이 축소되면 그만큼 국민 연금의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고 봐서는 안되요. 당장 공무원 연금과 국민연금은 별도의 기금이잖아요. 공무원 연금이 개악되고 나면 그 때가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공무원들도 연금을 삭감했는데 고통분담 차원에서 국민연금도 삭감하는게 맞다'는 논리로 국민연금을 개악하려 할 꺼라고 전 생각해요."라고 말했지만 한번 감정이 상한 연구원들끼리의 논쟁은 진정할 줄 몰랐습니다.

처음에 문제를 제기한 연구원(A)는 "네 말대로 국민 연금의 축소로 이어진다면 이는 큰 문제야. 그러나 내 말은.." 하면서 또 다시 공무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평균 이상으로 잘 사는 건 사실이 아니냐며 자신이 겪었던 불평등에 대해 강하게 토로했고, 그 말에 다시 다른 연구원(B)이 "우리 집도 (졸업한지 5년이 지난) 나와 내 동생 등록금을 아직까지 갚고 있다, 우리가 뭘 그리 대단하게 부자냐"고 말했고 덧붙여서 연구원 C가 "A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공무원도 직별에 따라서 임금이 달라. 당장 기능직 공무원들은 연구직인 나보다도 임금이 한참 낮다는 걸 알아야지."라며 공무원이면 모두 어느정도 잘산다는 의견을 반박했습니다. 이 때는 이미 감정의 골이 상당히 상한 뒤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공무원 vs 사기업노동자>라는 식으로 논쟁하면 마치 공무원들 때문에 국민연금이 바닥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제가 몇년전에 신문에서 읽은 기억으론 정부가 '국민연금은 지급할려면 아직 멀었으니까..' 라면서 당시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들에 대한 공적자금을 국민연금 기금에서 빼내서 줬다고 알고 있어요. 결코 공무원들이 연금을 흥청망청 받아가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또 설령 공무원들이 연금을 우리사회의 평균이상으로 받아간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이말에 연구원B 이의제기) 우리는 그것이 일반 사기업으로까지 확대되기를 바래야지 반대로 공무원들의 연금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마치 비정규직이 저임금으로 고생하니까 정규직도 임금을 덜 받아라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도 정규직만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듯이 말입니다."라고 말했으나, 결국 이 토론은 "니가 더 많이 받았고 난 적게 받는다"는 식의 감정 싸움을 벗어날 수가 없었고 끝내 연구원 한 명이 자리를 박차고 연구실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끝났습니다-_-;;

이번 논쟁을 겪으며, 자신의 몫이 줄어든다는 위기의식 앞에서는 논리가 무력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물론 저를 포함한 우리 연구실 연구원들이 이런 토론에 익숙치 않았던 것도 있겠지만, 자신의 몫을 줄이라는 말을 듣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반대로 상대방 때문에 내 몫이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되자 상대를 "철밥통"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는 것은 누구에게서나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정부는 바로 이러한 우리들 사이의 분열을 노리고 이번 공무원 연금 개악안을 내놓았다는 것이 퍼뜩 느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제 갔던 문화제는 희망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었던 집회였던 것 같습니다. 경찰이 집회참여를 봉쇄하기 위해 대절한 버스를 막아서자 내려서 기차를 타고 상경했다는 노동자 분들뿐만 아니라 추운 날씨에도 격려차원에서 함께 집회에 참여한 아이와 가족들의 모습은 분명 희망이었습니다. 이날 같이 집회에 참석했던 지현 나라 윤진씨는 대략 "3천명?" 정도로 추정하더군요(전 대오 수 가늠하는걸 못해서^^;;). 또 여타의 문화제가 본격적인 집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 문화제는 본격적인 집회 못지 않은 결연한 투쟁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전국 각지에 소속된 공무원노조의 깃발을 제외하고는 다른 단위의 참여가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문화제에는 일본에서까지 노동자들이 연대하러 왔던데,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우리 민주노동당에서는 한두 지역위 밖에 안 온 듯해서 아쉬웠습니다. 가뜩이나 신문과 정부가 "공무원 노동자들의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싸움"이라고 몰아가는 형국에, 당과 다른 사회단체 및 사업장의 연대투쟁이 부족했던 것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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