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비정치적인" 친구와 문자로 길게 토론한 한미FTA.

2007-04-13 17:53:19

어제, 그러니까 목요일날 아침에 신촌역 선전전을 하는데 예전보다 시민들 반응이 썰렁하다는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FTA는 이제 끝난 쟁점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마침 오늘 제주도에 도착해서 관측기지까지 가는 동안 고등학교 동창과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친구가 제게 보인 여러 입장은, FTA 찬양론자들은 경계하지만 그래도 결국 FTA는 해야하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현재 다수의 사람들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여기 적어봅니다.

친구에 대해 간단히 얘기하자면, 저와 같은 27살이고 현재 고려대학교 어문계열에 재학중이며 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외대 교수님이시면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모두 보시는데 이 친구 또한 정치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려는 성격입니다. 최근에 못 만나서 FTA에 대한 얘기는 처음 나눴지만, 미리 말 안해도 제가 FTA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만큼 저랑 친한 사이입니다^^

아래 내용은 그 친구와 문자를 주고 받은 것을 옮긴 것입니다. 친구가 보낸 문자는 띄어쓰기 빼고 그대로 옮겼고 제가 보낸 문자는 저장이 안되어서(핸드폰 꼬짐) 제 기억에 의존해서 적었습니다.

[서로 안부와 고등학교 선생님 얘기를 하다가...]
친구: 요새 무역이론 공부하는데 농업 종사자의 이윤은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감소하더라 열심히혀ㅋ

종환: 한미FTA가 농업만의 문제는 아니지. 비정규직 확대되고 사회양극화 심화되는 문제라서 반대하는 거야.

친구: 비교우위 교역의 이득 사회총후생의 증가... 분배의 개선은 경제적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 문제지.

종환: 나도 한미FTA를 하면 총생산량은 증가할 것이라고 봐. 그러나 과연 분배가 잘 될까? 골프채 가격은 싸지겠지만 약값은 오르고. 한미FTA는 부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친구: 총생산 증가가 목적은 아니지. 난 총후생 증가라고 했고~ 무역확대는 일자리를 늘리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지. 그 늘어난 일자리가 골고루 배분되고 하는거 그게 정부역할 아냐? 물건을 팔아야 공장을 짓지~ 물건을 이제 더 안팔아도 될만큼 가진자들의 몫이 크다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종환: FTA 협상 16개 부문 중 무역 구제에 관한 부분은 3개뿐이고 나머지는 국내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에 대한 부분이래. 한미FTA에 앞서 미국 기업들은 해고는 쉽게 파업은 어렵게 만들 수 있게 노동유연화를 요구했어. 같은 일을 해도 가져가는 돈은 적어지는 비정규직이 많아질 꺼야. 정규 사무직 일자리는 줄어들고 맥도널드 알바자리는 많아질 것이라는 비유!

친구: 그럼 그 기업에서 월급받는 우리의 아버지들은? 분배구조개선이라는 장기의 목표를 위해 기업의 활동으로부터 얻는 단기적인 이익&기회들을 포기하라고한다면 아버지들은 모하시지?? 무역구제중 세이프가드는 우리에게 유리하지만 반덤핑과 보조금은 우리가 불리한 부분..

종환: 기업과 거기서 일하는 분의 입장이 과연 같을까? 경제규모 세계 11위라지만 과연 우리 삶이 세계 11위일까? 한국기업은 미국에서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머니에서도 돈을 가져가려 하잖아. 쉽게 해고하고, 돈은 적게 주고, 상품은 비싸게 팔고.

친구: 물론 나도 FTA 찬양론자는 아니지만 불가피한 선택 같아. 10년 후쯤엔 다자무역 시들해지고 지역 중심될껄.

종환: FTA 때문에 기업과 부자들만 좋아질꺼야. IMF 이후 전체 사회 소득 중 가계로 들어간 비율은 줄고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늘어났대.

친구: 응 맞아. 근데 그건 기업구조개선의 문제지 보호무역의 논거가 될 수는 없어. 관세수입은 정부로 가는데 정부로 간 그 돈이 서민들을 위해 쓰일까? 정부 부문의 효율성 제고 않은 채 행정정치적 비용만 커져가잖아.

종환: 난 한미FTA가 시장에 맡겨지지 않은 공공부문을 상품화 시키려하는 것에 반대하는 거야. 이건희는 반도체 가격 몇 센트가 아쉬운게 아니라 한국에서 아직 시장화되지 않은 부문들을 상품화 시키기 위해 찬성하는 거라고 봐.

친구: 공공부문 민영화랑 FTA가 관계는 있지만 같은건 아냐. 나도 삼성의 이익이 국익이랑 같지 않은 거 알아. 그래서 개방이 필요하다는 것도.. 난 정치를 믿느니 차라리 시장을 믿겠어.

종환: 정치를 믿는게 아니라, 가난해도 보장 받아야 할 <권리>가 <상품>이란 이름으로 돈을 내야하는 것에 반대하는거야. 질병이 아니라 치료비와 싸우고, 같은 일을 해도 적게 돈을 받고, 부자1명이 가난한 사람 10명보다 귀한게 다 <합리적인> 시장논리. FTA반대는 국익수호가 아니라 모든 걸 시장에 맡기면 좋아진다는 신자유주의 반대 싸움이야.

친구: 그럼 반대론의 대안은? 상품, 서비스, 자본 통제하고 분배에 전념? 그럼 그 분배의 기준은 뭐야? 결국 '노력'아냐? 지금 재벌들 돈 전사회가 나눠갖고 제로에서 시작하는거? 재산상속금지? 배급제? 시장의 효율성은 생산뿐 아니라 분배에도 해당되는거 같아 북한의 평등한 빵 한조각이 남한부자의 호화로운 식사보다 더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거라 치더라도. <우리식대로의> 폐쇄적 경제운영이 과연 행복할까? 무조건 옆집사람이랑 똑같이 사는게 행복일까?

종환: 한미FTA는 남들이 다하는 개방을 우리도 뒤늦게 하자는게 아냐. 미국이 FTA 추진한 나라들 중 한국은 경제 규모가 최대라구. FTA 협상 타결 이후 일본과 중국 반응 봤지? 난 한미FTA가 한국발 전세계적 신자유주의 확산이라고 생각해.

친구: 응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거 같아. 결국 이제는 사회주의 혁명도 전 세계적일 때라야 성공적일 수 있어. 그치만 한가지 세계를 무썰듯이 잘라 단순화한 이론이 쉽고 명확하고 경제적인 이론이긴 한데 그 이론은 현실화되어 성공해본적이 없다는 점에서 위험도 있어.

종환: 한미FTA 반대가 곧 사회주의 실현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난 자본주의가 생산증대와 같은 순기능을 다했고 이젠 퇴장해야할 때라고 봐. 벌써 수백년이 지났잖아? 이마트가 동네 구멍가게를 대체하는 지금은, 그리고 이윤율 저하로 복지제도가 후퇴하는 지금은 맑스가 말한 독점자본주의로의 수순을 밟고 있는게 아닐까

친구: 그럴수도 있을거 같아 근데 물론 아닐 수도 있지 맑스 이론이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종환: 맑스이론이 절대적이라는게 아니라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는 기업들의 이익추구에 맞서 싸울 필요가 있다고 봐.

문자 내용 끝.

토론하면서 FTA는 단순히 일부 수출품목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반에 대한 문제라는 것, 또 국익의 문제가 아니고 기업과 피고용인들 사이의 입장, 그러니까 계급간 입장이 다르다는 내용 그리고 신자유주의 이외에 다른 대안도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서로 사는 얘기를 나누다가 지난 한미FTA 촛불문화제에서 고등학교 생물선생님을 본 얘기를 하던 것이 계기가 되어서 FTA에 대해서 얘기하게 된 것을 감안하면 매우매우매우 긴 문자였습니다. 세어보니까 잡담빼고 FTA에 대한 문자만 제가 받은게 22개나 됩니다. 그만큼 제 친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FTA가, 비록 대세라고는 생각되기는하지만 찬성하기엔 여전히 자신 없어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찜찜함"을 보다 적극적인 반대여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할 일이 많겠네요.

저 역시 이곳 제주도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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