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30일 일요일

[re] 처음 참가해본 파업현장 후기 -6.23 홈애버 상암점

2007-06-24 21:10:31

아침 9시 50분경에 홈애버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17일 2차 파업 문화제 때 "다음 파업 때에는 매장 앞에서 집회만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영업을 멈추게 만들것이다!!"라고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호언장담한 3차 파업인지라 긴장이 되었습니다. 노조의 파업선언에도 불구하고 대체인력을 투입해 영업을 강행하는 홈애버 월드컵점을 강제폐쇄 시키기 위해서는 사측과는 물론 쇼핑온 시민들과도 마찰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매장 입구에는 일반인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사람들이 정장입고 security라는 뱃지를 달고 서너명씩 서 있었습니다. '아, 저게 용역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미 손님들이 들어온 매장에서 어떻게 손님들을 밖으로 안내하고 매장을 폐쇄시킬까 궁금해하며 별도의 지침이 있기를 기다리며 로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노조 측에서 손님들을 받지 않기 위해 입구를 봉쇄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정반대로 용역들이 조합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매장 출입문을 봉쇄하면서 실랑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들어오려고 하자 용역들이 출입문을 막고서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위원장은 물론 물건을 사고 나가려던 손님들에게까지도 "다른 문으로 가라"고 말하는데 그말투가 친절하기는 커녕 반말도 섞이고 퉁명스러워서 많은 손님들이 화를 내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또한 용역들은 사진을 마구마구 찍어대면서 시민들이나 조합원들이 사진을 찍으면 사진기를 빼앗아가는 등의 만행을 저지르더군요. 또한 자기네들끼리 사람들을 가리키며 "쟤 조합원 확실하니까 몰아내"라고 말하는 등 조합원들을 몰아내기 위해 왔다는 것을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이 때부터 매장안에서는 "용역깡패 물러가라"라고 외치는 구호가 울려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조합원과 연대 단체들이 매장 밖에 속속 도착하자 압박을 받은 용역들은 어느덧 홈애버 1층 출입문 두 개를 모두 봉쇄했습니다. 양 출구에서 용역들이 막아서며 서로 다른쪽으로 가라고 말해 손님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매장 안에서는 이랜드뉴코아 공투본의 지도에 따라 50명 정도되는 조합원들과 30명 정도되는 연대단체 회원들이 대오를 형성해 매장 입구를 향해 "용역깡패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처음에 공투본은 "10분간 시간을 줄테니 문을 열어라"라고 말하며 용역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열어주길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용역들은 우리의 경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을 선별적으로 들여보내면서도 간간히 완력을 행사해 '진짜 고객'한테까지도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빈축을 사야했습니다. 사실 전 그런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물건을 사러 들어오는 손님들도 신기하긴 했습니다-_-;;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번 투쟁의 정당성에 대한 노조 지도부의 발언이 십여분 있었고, 이후 바깥에서 조합원들이 출입문을 밀어열고 들어오려고 하자 이를 돕기 위해 "남성동지들 앞으로 나와주세요"라고 요청해서 문으로 갔습니다. 아무리 용역들의 떡대가 좋아도 문 밖에서 계속 밀어대고 문 안에서 열명이 넘는 연대단체 소속 남성들이 당기니까 용역들은 이내 밀쳐졌습니다. 제가 미니까 용역이 밀리는 것을 보며 '살뺀다고 뺐는데 여전히 난 몸무게가 꽤 나가는구나'라며 스스로 신기해 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매장 입구에서 용역들이 밀리기 시작하자 어느새 전경들이 매장 입구 밖에 진을 쳐서 입구를 다시 봉쇄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전경들이 막았으니까 우린 이제 빠져도 돼"라고 용역들끼리 말하는 것도 들렸습니다. 용역과 전경의 놀라운 팀플레이를 보며, 얘기는 들었었지만 어떻게 백주대낮에 시민들이 보는 가운데 이렇게까지 손발을 잘 맞출 수가 있을까 씁쓸했습니다.

애초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들어오려 할 때에는 용역들이 완력으로 막고 시민들에게까지 우악스럽게 대해도 먼 산 불구경 하듯 하던 전경들이, 용역이 밀리는 듯하자 재빨리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을 보며 정말이지 이 땅의 경찰은 재벌에게는 한없이 비굴하면서 노동자들에게는 한없이 억압적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조금 더 실랑이를 하다가 11시반 경에 전경들이 입구를 열었고(안에서 구호외치고 있어서 왜 열었는지는 잘 모름) 조합원들이 매장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그 전까지는 조합원 수와 연대단체 회원 수가 1.5대 1이었다면, 조합원들이 들어오고 난 이후에는 로비에 조합원들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합원들이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수도권 이랜드 조합원은 물론 뉴코아 조합원들까지도 모두 월드컵점으로 집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내 로비와 2층 매장 입구에 연좌한 조합원들로 가득찼습니다. 그러나 이 때까지도 계산대를 직접 막지는 않았습니다. 구호를 외치고 발언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대체인력 물러가라"고 했습니다. 계산대에서 일하는 대체인력은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까 출입문에서 밀린 용역들은 이제 매장 안쪽에서 계산대 하나당 1명씩 열중쉬엇 자세로 서서 캐시어들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용역들이 지키고 서 있는 마당에 대체인력들이 자발적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매장 내부에 조합원들 대오가 정돈되었다고 생각한 공투본은 계산대를 마비시키기 위해 "신용카드 있는 사람 나와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신용카드라니, 투쟁도 카드가 있어야지만 할 수 있나..' 의아해하며 나갔습니다. 지침인즉슨, 1000원 이하의 물건은 카드로 결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매장 안에서 1000원 이하로 물건을 사고 계산대에서 카드를 제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매장 안에서 250원짜리 생수를 집어들고 계산대에 줄을 섰지만 사실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가 카드를 내밀면서 계산해줄 것을 요구하면 분명히 제 뒤로 선 '진짜 시민'들이 계산이 오래 걸리는 것에 대해 항의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제 계산 순서가 채 오기도 전에 다른 계산대에서 실랑이가 붙었습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시민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적었다는 게 제가 받은 인상입니다. 물론 시민 중에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막무가내로 자기 물건을 계산대에 올리며 자기 것을 먼저 계산해달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훨씬 많은 경우는 당황해하다가 하다가 그냥 계산대 앞에 물건을 두고 돌아갔습니다.

만약 조합원들과 연대단체 회원들, 또는 그 누구든 천원도 안되는 물건을 사면서 막무가내로 신용카드를 내밀고 계산대에서 실랑이를 벌였다면 이내 시민들에게 제압을 당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오전 내내 이랜드 자본의 비정규직 해고에 대해 알려내왔고 또 계산대에서 열 발자국도 채 안떨어진 매장 입구에서 1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절박하게 "고객 여러분 저희 일자리를 지켜주세요. 집으로 돌아가주세요"라고 외쳤기 때문에 제 애초 예상보다 순순히 손님들이 돌아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느 한 주부 손님이 "우리 애가 집에서 굶고 있다. 이거 빨리 사가야하는데 뭐하는 짓이냐"라고 항의하자 한 조합원이 "나도 집에 애 있는데 6월말로 짤리게 생겼다. 여기서 물건이 팔리면 내가 짤리는데 나갈 수 있겠느냐"라고 응수했습니다. 또한 옆에서는 "오늘만 참아주세요. 다음에 오시면 친절히 싼 가격에 모시겠습니다"라고도 했습니다.

오후 1시가 지나면서 이내 매장의 계산대는 대부분 마비가 되었고 이는 2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한 상당수의 대체 투입된 캐시어들이 실랑이 끝에 계산대를 두고 가버리기도 했습니다.

신 용카드를 이용한 방법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다시 대오를 매장입구로 집결해서 이번에는 계산대 출구를 막아섰습니다. 그리고는 몇 안 남은 대체 캐시어에게는 "대체인력 돌아가라"고 외치는 동시에 손님들에게는 "고객님, 저희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 하루 집으로 돌아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꽤 오래 압력을 가하고 일부에서는 용역들과 마찰도 있는 듯 싶었지만 이내 대체인력들은 완력을 쓸 필요 없이 계산대를 떠났습니다. 대체인력의 상당수는 홈애버 매장관리 노동자들인 듯 했습니다.

조합원들이 "부장님~ 돌아가주세요"라고 외치고 호소를 하자 처음에는 못 들은척하고 신경질도 냈지만 손님들도 차츰 줄어들고 하자 결국 말없이 자리를 떳습니다.저는 애초 완력을 사용하지 않고 대체 투입된 캐시어를 내보낼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루어져서 놀라웠습니다. 1층과 2층의 계산대란 계산대는 모두 가득 메운 이랜드&뉴코아 조합원들의 강력한 투쟁결의와 호소력 있는 구호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대체 인력마저 나가자 조합원들은 매장 안쪽으로 옮겨서 연좌를 했습니다. 분회마다 돌아가며 발언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조합원 아주머니들이 흥에 겨워 노래에 맞추어 앞에 나와서 춤도 추는 등 신나는 분위기였습니다. 중간중간에 파업을 불법이라고 흑색선전하는 매장 안내 방송이 나오면 다같이 함성을 질렀습니다.

매장 안에서 연좌를 하다가, 고양에서 온 조승진 당원과 함께 끼니를 때우러 지하철역 편의점에서 빵을 사먹으러 잠깐 나갔습니다. 이때가 이미 4시가 넘었는데 그때까지 점심을 못 먹었었거든요;; 빵을 사먹고 다시 매장으로 들어오려는데 그 사이에(15분?) 전경들이 문을 막고 사람들을 선별적으로 들여보내고 있었습니다. 조승진 당원이 입고 있던 당 몸플랭카드를 보더니 무조건 들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왜 못들어가냐고 조승진 당원이 물었으나 답은 없고 계속 막아서기만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주차장에서 몸플랑을 벗어 가방에 넣고는 보란듯이 출입문으로 들어왔습니다. 벗으면 그만인 그깟 조끼 때문에 사람을 막아선 전경도 코메디였지만 조승진 당원도 매장 안에 들어와서는 굳이 조끼를 꺼내 다시 입었더랬습니다^0^

그러나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것이, 전경들이 입구를 봉쇄하고 곧 침탈할 지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최대한 연행되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침탈되더라도 조합원들과 함께 대오를 지켜달라는 공투본의 지침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연행되서 월요일에 출근 못하면 연구실에 뭐라고 둘러대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군요-_-;;

하지만 아침에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부터가 싸움이었고, 천원 이하 물건 사면서 신용카드 내밀어 계산대 마비시키자 짜증내는 시민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도 큰 고생이었고, 게다가 대체 인력들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오랫동안 목이 터져라 외쳐서 힘들게 얻은 성과인데 이제와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말마따나 "이 싸움만은 꼭 이기고 싶"었습니다.

긴장 되서 가방끈 조여매고 구호외치고 노래부르고 발언 듣고 있는데 공투본 지도부가 "경찰이 중재해서 사측이 15분 뒤에 오늘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협상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조합원들이 전원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출입구의 전경들을 모두 철수시킬 것과 불법연행 없는 안전한 귀가를 약속받았다고 했습니다.

아침에만 해도 정당한 파업을 인정하지 않고 용역과 대체인력을 동원해 파업을 무력화시키려던 사측이, 사실상 오늘 영업을 포기한다며 백기를 든 것이었고 노조의 파업을 인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의 힘으로 오늘 하루 홈애버를 멈춘 것입니다.

침탈 우려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조합원들과 연대단체들은 이런 승전보를 듣고서 승리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파업가>, <비정규직철폐가> 등을 부르고 내일 뉴코아 투쟁 역시 승리로 이끌자는 결의를 다지고서 매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전경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전경들은 참 이동이 빨라요..)

결코 미덥지 못한 경찰이 중재한 사측의 약속-오늘 영업 그만한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다들 의문이었지만, 위원장말처럼 "그놈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라고 생각"하고 오늘 하루 충분히 노조의 단결을 과시했다고 생각해서 해산했습니다. 물론 약속을 어긴 것이 확인되면 다음 주 파업때 백배천배로 갚아주자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참가한 파업현장이었는데 승리로 끝나서 기쁩니다. 무엇보다 물리적 충돌없이 대중행동으로써 홈애버 중에 가장 매출이 많다는 상암점을, 가장 손님이 많다는 오후 4시부터 완전히 "매출 제로"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이윤에 타격이 클수록 사측으로서는 협상에 나올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우는 모범적인 투쟁이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그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못 깨달을 정도로 현장에선 정규직-비정규직을 구분할 수가 없었거든요. 단지 "조합원"들만 봤을 뿐입니다.

또한 3월에 노동위 분들을 따라서 홈애버 선전전 갔었을 때만 해도 조합원 20명 채우는 것이 목표라는 얘기를 들었던 곳이 이렇게 대규모로 단결해서 행동하는 것을 보며 그 급진화에 놀랐습니다. 애초 노조 가입조차도 망설이던 평범한 "계약직 아줌마", "까대기"(이상 이랜드 노조 투쟁가 이름)였던 분들이 이랜드 뉴코아 공투본 깃발아래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며 "투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의 의미를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가장 기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s 사진이 있으면 첨부하면 좋으련만 이상하게도 인터넷 상에서 보도사진 하나 찾을수가 없네요.

ps2
진보넷에 보니 어제에 이어 오늘도 뉴코아 강남점에서 1500명의 조합원들이 연좌농성을 했다는군요. 오전에 매장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10개 중대 정도의 경찰병력이 동원되어 막아섰기 때문에 연좌 농성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하는군요. 7월 비정규직 법안 시행에 앞서 비정규직-정규직이 하나되어 가장 선도적으로 싸우는 이랜드-뉴코아 공투본 싸움이 더 큰 불로 번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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