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신디 시핸의 강연을 다녀왔습니다.

2006-11-24 11:49:13

(신디 시핸이 한 말이라고 따옴표 안에 쓴 것은 제가 기억하는대로 쓴 내용들이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영어였으니 더더욱;;)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저지에 대한 신디 시핸의 강조였습니다.

신디 시핸이 이미 20~21일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를 방문하고 수감 중인 대추리의 김지태 이장을 면회한 뒤, 21일 낮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이전 문제를 따지기 위해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에서 버웰 벨 사령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강연회 동안 제 예상밖으로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평택 대추리 싸움을 전세계의 평화활동가들과 함께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출국 전에 한번 더 대추리를 방문해서 자기들이 모은 지지금을 전달하고 미국에 돌아가면 미국의 평화활동가들과 연대를 긴밀하게(intimately) 수립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느라 일정이 바쁘고 또 피곤할텐데도 전경들의 봉쇄로 접근조차 쉽지 않은 평택 대추리를 한번 더 방문하겠다는 것을 듣고서 신디 시핸의 계획 안에 평택이 큰 의미로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의 이런 의아스러움이 더 의아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디 시핸의 말대로 자기 아들을 죽인 이라크전과 마찬가지로 이윤을 위한 전쟁과 군사주의 확장을 위해 현재 평택미군기지를 확장하려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긴밀한 관계가 제게는 생소하게 느껴졌던 것은, 그동안-그것도 몇년동안!- 평택 대추리 문제와 중동 지역의 문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생각하는데 익숙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지난 5월 행정대집행 이후에 평택 지지방문을 갔었을 때에 그곳에서 이라크나 팔레스타인 항쟁에 대한 강조는 별로 못 들었던 것 같고, 동시에 몇 번의 파병반대 집회 때 비록 평택 주민분들이 오셔서 발언도 하고 모금도 했었지만 그 때는 그냥 "연대사"와 "호소" 정도로만 생각했지 둘이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더니 꼭 제가 그런 모습이었던 것 같아서 부끄러웠습니다.

신디 시핸은 질의 응답 시간에 들어온 이스라엘에 맞서는 팔레스타인 항쟁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꼭 같은 말을 했습니다. 팔레스타인들은 이윤과 시장 확장을 위한 전쟁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고 있고, 이들을 직접적으로 억압하는 이스라엘은 상당 부분 전쟁과 폭격에 필요한 무기를 사는데 있어서 미국의 경제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 싸움 역시 세계 평화활동가들이 연대해서 싸워야한다고 했습니다.

22일 총궐기 때 서울역 앞 결의 대회 때 "이라크 전쟁과 한미 FTA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같습니다. 우리는 이들에 반대해야 합니다"라는 신디 시핸의 발언을 듣고 "단순히 자기 아들을 잃은 '아줌마'로 생각해선 안되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번 강연을 통해 국제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런 국제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자기 아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정말이지 초인간적이라 생각되는 아래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들을 때 찔끔 눈물이 나더군요. 부끄~)

"저는 제 아들의 죽음에 대한 정의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총을 쏴서 그 총알이 제 아들의 뇌에 박혀 죽게한 이라크인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그에게, 한사람의 미국인으로서 우리의 군대가 이라크에서 그의 집을 불태우고 그의 가족을 죽인 만행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저는 그에게 이러한 만행에 맞서 저항할 모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백악관에 앉아서 제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이 처벌받기를 원합니다."

질의 응답 시간에는 최근의 북핵사태와 북한-미국간의 긴장 관계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았습니다.

"핵은 단순히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많은 핵보유국들이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조지 부시에게 책임을 물어야합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도록 몰아갔습니다. 우리 평화활동가들은 양쪽 모두의 군축을 주장해야 합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저 또한 북의 핵실험에 대해서 누구를 어떻게 규탄해야할지 어느 정도 혼란스러웠는데("군사적 위협을 가한 미국이 나쁘다" vs "그래도 핵실험을 한 북한이 더 나쁘다") 신디 시핸이 주저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며 국제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강연회 제목이었습니다.
"이라크 전쟁과 내 아들 케이시 시핸"라는 제목은 신디 시핸이 상당히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을,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모성애에 기대어 말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풍기는데, 실제 강연은 매우 차분하고 낮은 어조로, 그리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국제적 관점에서 전쟁을 분석하고, 평화활동가들이 어떤 것에 주목하고 어떤 요구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것이 주된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강연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더 많은 사람을 모으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겠지만, 강연회에 임했던 신디 시핸의 태도와는 좀 안 맞지 않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 강연회를 주최해주신 파병반대국민행동 분들께, 특히 이대측의 행사 불허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강연회를 마칠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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