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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30일 일요일

[한겨레] 박성수는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를 해도 아무렇지 않은데, 노조는 6명 체포영장 발부

2007-07-09 08:49:41

한겨레에 이랜드 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 인터뷰 한 것이 떳네요. 전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는데, 종이신문에도 실렸는지는 모르겠네요.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221102.html

글제목은 인터뷰 내용중 김경욱 위원장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최소한의 형평성은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부당한 편들기에 맞서 끝까지 농성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는 대목에서 따왔습니다.

또 다른 기사에 의하면 민주노총 조합원 3천여명과 이랜드 일반노조 1천여명은 서울·경기·인천·울산·전남 지역의 홈에버와 뉴코아 아울렛·킴스클럽 매장 16곳을 상대로 점거농성을 벌였다고 전하고 있네요.

어제 밤늦게까지 홈에버 상암점에서 싸우신 분들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
김경욱 위원장 “사쪽, 부당해고 판정도 무시”
이랜드 일반노조 “더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한겨레 김소연 기자

»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처음에는 1박2일만 농성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해고될텐데 여기서 끝장을 보자고 조합원들은 생각하고 있어요.”

김경욱(37)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마포구 성산2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상암점)에서 동료 조합원 600여명과 함께 9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과 동료들은 불과 보름 전만 해도 땀 흘리며 뛰어다니던 매장에서 밤에는 포장상자를 이불삼아 잠을 자고 낮에는 목이 터져라 ‘해고 철회!’를 외친다. 김 위원장은 “농성자의 95%가 30~50대 여성 조합원인데다, 조합원들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지만 한 사람도 그만두자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 6개월 동안 400여명의 비정규직이 해고됐습니다. 판매직, 계산원 등 홈에버 비정규직 3000여명이 사형 날짜 받아놓은 사람마냥 불안에 떨며 일해 왔죠.” 그는 “18개월 이상 고용된 비정규직은 해고할 수 없도록 약속한 노사 단체협약이 있었지만, 이미 휴짓지조각이 됐다”며 “지난달 20일 노동위원회에서 21개월 된 비정규직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정이 났는데도 회사는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 대화도 계속 겉돌기만 해 더욱 답답하다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겨우 노동부 중재로 노사가 6~7일 교섭을 했지만 회사는 ‘비정규직 고용’은 경영권의 문제”라며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집회, 기자회견, 노동위원회 진정 등 우리가 평화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어요. 대량해고에 대해 회사와 정부는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또 박성수 이래드그룹 회장은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를 해도 아무렇지 않은데, 노조 쪽에는 벌써 6명이나 체포영장이 발부됐죠.” 김 위원장은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최소한의 형평성은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농성을 결코 풀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기사등록 : 2007-07-08 오후 07: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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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더 검색해보니 경향신문에서는 ‘어제는 눈물 이제는 피눈물’라는 제목으로 노무현대통령이 “차별받는 근로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만든 법안으로 인해 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홈페이지 대문에서 옳게 지적하고 있네요. 많은 사진과 함께 홈에버 투쟁뿐만 아니라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들의 최근 서울역 앞 천막농성과 얼마전에 자살을 기도했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얘기도 함께 소개하고 있네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7081723141 (클릭!)

이랜드 일반노조 4차 파업 중 인천 모 분회의 조합원 토론 참관기

2007-07-01 16:52:39

6월 30일~7월 1일 홈에버 4차 파업에 다녀왔습니다. 매출이 가장 많다는 상암점을 6월 23일에 이어 두번째로 점거농성하는 날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영업을 안하겠다는 사측의 약속을 믿고 해산했다가 뒷통수를 맞았던 경험 때문인지 조합원들이 이번에는 이불까지 준비해 와서 매장에서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오후에 연대를 했던 뉴코아 노조와 홈에버 울산 지부등이 돌아간 밤 11시 반 무렵에 취침하기 전에 이랜드 노조 분회별로 모여서 당일 점거파업 평가와 향후 일정을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비록 조합원은 아니었지만, 연대단체 회원이라고 밝히고 인천 모 분회 토론에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약 20명 정도 되는 조합원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여느 토론회가 다 그렇듯이 오늘 집회 어땠냐는 분회 지도부 물음에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별 소감없이 "좋았어요~"만 되풀이 했습니다. 그러나 분회 간부로 보이는 여성분이(이하 사회자) "여러분들이 말해줘야 제가 회의에 가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작은 불만이나 지도부에 대한 요구사항을 말해주세요"라고 재차 삼차 재촉하자 처음에 찔끔찔끔, 그러나 이내 봇물 터지듯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일 먼저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온 얘기는 "왜 우리 매장은 점거안해요?"였습니다. 가볍게 나온듯한 얘기였지만 이내 조합원들끼리 "그래, 문화제 하는듯이 하다가 기습점거하는거야"라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회자가 "사람들 마음은 다 똑같습니다. 회의에 가면 다들 자기 매장 점거해달라고 합니다. 우리 힘이 더 커질때까지 기다립시다"라고 얘기하며 달랬습니다. 23일과 30일, 2차례에 걸친 상암점 점거가 조합원 개개인에게 불어넣은 자신감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좀 더 진지한 논의로는 "왜 계산, 리빙 등만 피켓팅을 시키냐. 다들 자기 시간 쪼개가며 나와야하는 것은 같은데, 자꾸 같은 곳만 시키는 것 같아서 솔직히 서운하다"라는 구체적인 불만도 있었습니다. 사회자가 앞으로는 분배에 더 힘쓰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논의가 발전해서, "같은 조합원이지만 닷새의 노조 일상활동 중에 하루이틀만 참여하고, 파업엔 잠시 얼굴만 보이고 가는 조합원들이 너무 밉다. 월말에 인건비 받으면 (노조 활동 때문에 근무 빠져서) 나만 많이 깎인 것 같아서 속상하다. 노조차원의 대응은 없는거냐"라는 매우 적극적이고 솔직한 얘기도 나왔습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사회자는 지부장에게 답변 기회를 넘겼습니다.

지부장은 지가도 그런 조합원을 보면 답답하고 또 화가 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같이가야할 사람들입니다. 지금 그들을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됩니다."라면서 자신도 다른 조합원에게 화냈다가 나중에 사과문자를 보낸 경험을 얘기하고도 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지금은 지부장이지만 한때는 '사측 사람'이었다면서 지금 참여않는 조합원들도 한번 더 손잡아주고 노력하면 함께 참여할 것이고, 나중에 그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미안했다고 말할 때 어깨한번 두드려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투쟁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도 강조했습니다. 자신은 현재 11년째 근무 중인데 만약 노조가 없고 노조 활동을 안했다면, 눈물을 뿌리고 떠난 다른 많은 과장들처럼 자신도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며 투쟁을 독려했습니다. 자신의 사례와 경험을 섞은 지부장의 발언에 조합원들의 비참여적인 조합원들에 대한 서운함이 많이 누그러진듯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조금 분위기를 바꿔서 "식사가 너무 부실하다. 비빔밥 같은 게 나올 수는 없나? 잘 먹어야 잘 싸우지!", "중국집에서 시켜먹으면 안되나?" 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참관하고 있던 저와 다른 학생들에게는 "우린 아줌마들이라 먹는게 중요해요 ㅋㅋ" ^^;;;

좀 더 현실적인 문제로 "내일(7월 1일) 누가 오나요"라는 질문도 나왔는데 지역에서 연대 오신 분들(울산, 순천)도 돌아가고 뉴코아 노조도 돌아가서 대오가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기 때문에 그 다음날이 걱정되는 듯 했습니다. "내일 우리끼리만 있어도 오늘처럼 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연대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해주는 것이 투쟁하는 조합원들에게 얼마나 큰 자신감이 되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파업기간이라 다들 함께 있지만 파업이 끝나고 일터로 복귀했을 때 회사가 보복으로 먼 곳으로 발령을 내버리면 어떡하냐. 솔직히 걱정된다"라고 했습니다. 사회자나 기타 분회간부들 보다 먼저 동료 조합원들이 "그땐 지점장실 점거해서 싸워야지"라 며 즉각 응수했습니다. 지부장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 이랜드 노조를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저 또한 파업이 승리하면 그 이후 사업장 내 권력 관계가 파업 이전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을까-사측이 노조 눈치를 봐야할 것-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온 얘기는 야간근무 거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아마 스케줄을 짤 때 조합원들은 야간 근무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는데 일부 조합원들이 야간근무를 자신들 스케줄에 포함시킨듯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의견이 둘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야간근무를 빼면 월급에 큰 구멍이 생기는 사람들의 사정을 이해해야한다"와 "누군들 야간근무 거부하면 좋냐. 거부하기로 했으면 다같이 해야한다"라 는 입장이었습니다. 내용인즉슨, 야간근무는(5시간) 주간근무(8시간)에 비해 시급도 세고 택시비 등의 수당도 있어서 조합원들에게는 이를 거부하는 것이 결코 작지 않은 부담인데, 실천하는데 있어 조합원간 차이가 있는 문제였습니다. 꽤나 길게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조합원 개인의 의사에 맡기자로 결론이 났습니다.

여기까지 얘기하고 분회모임이 끝났습니다. 대략 1시간 동안 진행한 듯 했습니다.

이를 보며 저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노조가 매우 민주적이고 조합원들 역시 적극적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논의된 불만이나 의견들을 듣기 위해 비오는 와중에도 조용한 장소를 찾아 모임을 갖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귀담아 듣는 분회지도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조합원들도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한명이 발언하자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자신들이 갖고 있는 불만과 불안감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약 이런 자리가 없이 그냥 집회와 파업이 계속 된다면 조합원들이 쉽게 지치고 또 노조 지도부 역시 조합원들을 믿고 투쟁을 밀어부치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모범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한 절대 다수의 조합원들이 중년 여성이었기 때문에 겪는 '이중 굴레'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점거농성 중간에 집에 가서(인천!!) 애들 밥해주고 다시 서울 상암점으로 농성을 위해 돌아온 2명의 조합원이 박수를 받았고, 밀린 빨래할 수 있도록 조를 짜서 돌아가면서 쉬자는 의견(비록 다수의견에 따라 기각되었지만)은 이분들이 처한 노동자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굴레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그런 와중에도 매장을 점거하며 영웅적으로 투쟁하는 이분들이 더욱 멋져보였습니다.

그리고 연대단체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제가 듣지는 못했지만 다른 분회에서는 일요일 4시~8시가 가장 매출이 많을 때이니까 내일 밤 8시까지 반드시 점거를 계속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연대단체가 필요한게 사실입니다. 제가 참관한 분회에서도 내일 어느 단체가 오느냐고 물어보기도 했구요. 연대단체들이 이들에게 불어넣는 자신감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분회에서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오늘 연대하지 않고 7월 8일로 멀찌감치 연대일정을 잡은 것에 불만이 나왔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지역위의 한 당원은, 지역위 차원의 연대는 훌륭한데 왜 시당이나 중앙당 차원의 연대는 그에 못 미치는지 아쉬워했습니다. 7월에 시행되는 비정규직 법안에 맞선 상징적인 싸움인만큼 당 예비 대선후보들이 와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듣고나니 저도 아쉽더군요.

민주노총이 7월 8일에는 홈에버-뉴코아 투쟁에 연대해서 전국 20개 이상의 매장을 동시에 "매출 제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싸움은 이랜드 그룹 박성수 회장을 규탄하는데 멈추지 않고 비정규직 악법과 이를 통과시킨 노무현 정부에게로까지 확대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re] 지금종 전 미래구상 사무처장, "지금 필요한 건 대통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 (프레시안)

2007-06-25 04:59:09

미래구상 내 왼쪽 날개를 맡았던 지금종씨가 미래구상과는 완전히 갈라선 듯 하네요.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 과제인 사회 양극화문제에 대해 큰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세력을 단지 '반한나라당 전선'을 위해 부활시켜야 한단 말인가"라며 범여권의 재집결과 여기에 장단을 맞추는 미래구상의 창당은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비판하고 있네요.

대안으로는 시민사회 각계 지도자들께 정치세력화해서 "최근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진보대연합'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라고 쓰고 있네요.

중앙위에서 ‘진보대연합 실현을 위한 민주노동당 입장'이 통과되었는데, 당 안팎으로 이에 대한 호응이 기대됩니다.

출처: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70622155526

대 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진영이 분화하고 있다. 범여권 대통합파와 시민사회진영 일각의 창당 움직임이 부단히 접점을 찾고 있는 가운데, 이에 반발해 '제3의 세력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태동했다.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던 지금종 전 문화연대 사무총장,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임종인 의원 등이 이런 논의의 중심에 있다.

이같은 분화는 '반(反)한나라당'이라는 이유로 노무현 정부와 범여권에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느냐는 반론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반신자유주의, 양극화 해소 등 진보노선을 뚜렷이 한 '제3의 진보정당'을 건설해 기존 정치권을 견인하고, 진보정당의 한 축인 민주노동당과 부족분을 상호 보완해가자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갔다.

지금종 전 총장이 이같은 내용의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그는 "한나라당과 범여권은 결코 우리 사회의 대안세력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미래구상이 추진하는 신당에 대해서도 "반한나라당 전선 구축에 지나치게 집착해 범여권의 기존 정치인들에게 면죄부와 회생의 길을 터주는 '신수혈론'이자 반역사적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한 민주노동당에 대해선 "마땅한 지지정당 없이 떠 있는 20%가량의 진보적 성향의 부동층(주로 고학력, 중산층)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30% 가량으로 추산되는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 가운데 민노당이 흡수한 10% 바깥에 진보진영의 '블루오션'이 있다는 게 지 전 총장의 주장.

문제는 소위 '제3 진보정당'의 대선 방법론이다. 지 전 총장은 민주노동당과는 '진보대연합'을, 범여권에 대해선 "비교적 양질의 정치인 일부를 선별적으로 연대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쪽을 아울러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를 모색해가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진보진영 내에는 상층부 중심의 진보대연합에 대한 반론이 있는 게 사실이고, 범여권과의 후보단일화 내지 선거연합은 실현가능성은 물론이고 자칫 '비판적 지지'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미래구상'에 대한 이들의 비판이 종국에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쨌든 범여권과 민노당 사이에 위치한 좌파적 성향의 일부 인사들이 모색하는 '제3의 진보정당' 움직임은 시민사회진영의 좌우 분화를 대표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제3지대론'의 또 다른 지류가 될지, 민주노총, 전농 등의 기존 조직에 의존하지 않은 새로운 진보신당으로 자리를 잡을지는 지켜 볼 일이다.
(편집자)

김근태는 무엇을 위해 불출마 선언을 했나

범여권 대통령 후보의 한사람으로 거론되던 김근태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20년 전 민주세력의 분열 때문에 6월 항쟁이 군부독재정권의 연장으로 귀결됐던 실패한 역사를 되풀이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한나라당 집권저지를 위한 '범여권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고 자처했다. 이를 보는 범여권은 대통합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범여권의 대통합 시도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랭하기 그지없다.

최근 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70%가 넘는 국민이 범여권의 대통합에 관심이 없으며, 대통합이 되더라도 지지하겠다는 사람은 겨우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과 탈당파는 물론이고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시민사회세력의 신당을 모두 포함한 대통합에 대한 지지율이다. 물론 대통령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수치가 대선결과에 고스란히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현 시점에서 대통합에 대한 국민의 생각과 마음을 반영한 것은 분명하다.

김근태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폄훼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가 살아온 궤적을 볼 때, 그간의 정치적 행보가 뛰어났다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민주주의를 위한 그의 태도와 진정성만은 인정하고 싶다. 어떤 이들은 불출마 선언의 배경을 낮은 지지율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해서라고 말한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만이라면 고만고만한 지지율에 불과한데도 대선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범여권의 다른 후보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 더욱이 그를 바라보며 캠프에서 일해 온 사람들과 지지자들의 기대를 물리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보면 김근태의 선택은 그의 말마따나 "십자가를 지고 무덤 속으로 걸어가는" 비장한 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선택한 방법이 아니라 내용이다. 우선 지적할 것은 왜 범여권이 재집권해야 하는지 그 내용을 충분히 말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단지 '민주 대 반민주'라는 낡은 이분법으로 범여권과 한나라당을 구분하고 있다. 즉 한나라당은 반민주세력(惡)이고, 범여권은 민주세력(善)이라는 등식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군정종식과 대통령 직선제가 시급했던 87년 상황과 현재 상황을 동일시하는 것도 완전히 잘못된 전제다. 또한 범여권의 분열은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대한 배신과 이로 인한 민심의 이반과 준열한 심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정책과 이념이 다른 사람들로 구성된 잡탕정당이었다는 데서 예정된 몰락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서 사상과 정책내용, 행동양식이 각기 다른 그 사람들을 다시 끌어 모으는 것이 타당한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통합인가? 한미 FTA 추진에 문제의식을 표방하며 단식투쟁까지 한 김근태 의원이 찬성론자들과 다시 한솥밥을 먹겠다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는가?

여론 지지가 낮아서 분열과 재결집의 방법을 택한 거라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고,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정치적 차이를 무시하는 대통합을 한다면 원칙도 소신도 없는 기회주의적 태도에 불과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김근태의 상황 인식은 명백히 시대착오적인 것이며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한다.

대통합은 옳지도 않고 승리할 수도 없는 길이다

오늘날 우리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요인의 맨 앞에는 신자유주의 수용으로 인한 사회양극화가 존재한다. 주택문제, 교육문제, 비정규직 양산과 실업문제, 사회복지 부족 등 국민을 괴롭히는 수많은 사회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세 번째로 빈부격차가 큰 나라이며 사회안전망이 가장 취약한 나라다.

물론 이것의 모든 책임을 노무현 정부와 범여권 정치세력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자본주의 세계체제로부터 비롯되는 부분도 있고, 역대 정권으로부터 떠안은 부정적 유산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97년 IMF 위기 이후 10년간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화되었다는 측면에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이른바 '민주정부'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노무현 정부는 사회양극화의 심화와 국민의 삶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분명한 한미 FTA까지 추진했다. 이러한 정책실패가 한나라당에 반사 이익을 가져다줌으로써 오히려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제공한 부메랑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실패에 책임을 느껴야 할 범여권이 재집권을 위해 아무런 내용과 원칙도 없이 추진하는 대통합은 어불성설이다. 추정컨대, 범여권의 이러한 인식의 한편에는 자신들에게 민주세력이라는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한 규모의 세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집권이 가능한 정치세력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현재 국회의원 수로 단순 계산하면 범여권의 대통합이 대선 국면에서 실질적인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민주주의'는 우리 국민 다수가 피땀으로 쟁취해서 역사적으로 형성한 가치이며 우리 사회 특정세력 그 누구도 전유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범여권의 정치인들을 대체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서의 민주세력은 무궁무진하다. 원칙 없는 대통합은 국민에게 감동은 커녕 분노를 불러일으킬 뿐이며, 그 결과는 그 길을 함께한 정치인들을 '무덤 속으로 걸어가도록' 만들 것이다.

소통합이든 대통합이든 근래 보여주는 범여권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불순해 보이는 까닭은 우리 사회의 미래와 국민의 삶의 질을 우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의 연장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정치 상황을 조금만 들여다보더라도 범여권의 정치세력들이 대선승리보다는 총선에서의 생존이 초미의 관심사라는 걸 알 수 있다. 내용과 원칙을 무시하고 정략만을 일삼는 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 없다. 그들에게 국민은 선거철이라는 특정한 시기에 권력을 위임받기 위해 존재하는 기만과 회유의 대상, 즉 유권자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두려움의 동원'과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한나라당의 집권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단지 그들이 독재정권의 후신이어서만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도 부패와 지역주의, 증오와 대결에 익숙하고 반민주, 반통일 논리에 기생하는 수구세력에 불과하다. 가진자들과 자본에는 한없이 관대한 반면, 사회공공성을 높이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에 대해서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쏟아지는 대선 공약들을 검토해 볼 때 낡은 성장논리에 갇혀 우리 사회의 창조적인 미래를 설계할 어떤 능력도 없다고 본다.

다만 지금 한나라당이 누리는 역대 최고의 호황은 노무현 정부와 범여권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일 따름이다. 범여권은 그들이 그토록 문제 삼는 한나라당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방조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물론이거니와 범여권도 결코 우리 사회의 대안세력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국민에게 최악과 차악 가운데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는 일에 불과하다.

정치적 대안세력으로서의 진보

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한국사회가 일정한 사회발전의 성과를 성취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갖추는 데 실패했으며, 이에 따라 사회경제적 개혁의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대다수 국민의 이해를 관철시킬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에 실패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역사적 과정의 성과로 민주노동당이 등장할 수 있었지만 아직은 정치적 소수에 불과하다. 기존의 보수 정치세력이 주도하는 낡은 정치구도가 20년의 세월을 흘려보낸 셈이다. 이제는 이런 보수 일색의 비정상적 정치구도를 깨야 할 시점이다.

최근 실시한 한 언론사의 '국민 이념성향 조사'에서 자신의 이념성향을 보수라고 평가한 이들이 29.9%, 중도라고 평한 이들이 35.5%, 진보로 평가한 이들은 34.6%였다. 또 '앞으로 어떤 성격의 정당이 우리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11.4%만이 보수정당이라 답했고, 중도는 28.4%, 진보정당은 39.2%라고 대답했다.

조사 주체와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적지 않은 것이 여론조사라고는 해도 앞의 조사 결과는 충분히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 현재의 정당지지도, 혹은 대통령후보에 대한 지지도와는 별개로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자신을 진보로 규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됐다. 하나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와 이 실패를 전체 진보개혁세력의 실패로 뭉뚱그려 규정하려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시도가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진보세력이 충분히 유능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국민에게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구보수세력이 진보세력이나 자유주의 개혁세력보다 유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와 범여권도 실패만 한 것이 아니라 잘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두 세력은 국민의 고통을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명박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가 범여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고수하는 아이러니를 직시해야만 한다. 단언컨대, 민중의 생활고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미래구상'은 '제3의 정치세력'이 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올해 초 4%대에 불과하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에 있다는 건 의미 있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노동당이 잘해서 나타난 결과라기보다 범여권의 우경화와 무능으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보는 해석이 타당하다. 즉 범여권에 실망한 '이념적 진보' 성향의 사람들이 민노당으로 지지를 옮긴 것이다. 이 사람들의 전체 비율은 10% 안팎 정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향후 민노당은 환골탈태 수준의 큰 변화가 없는 한 10% 안팎의 지지율에서 정체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남은 약 20% 안팎의 진보적 성향의 '부동층'이다. 올 대선국면에서 누가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장기적 정치구도의 향방이 가름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냐, 범여권이냐, 혹은 제3세력이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어느 세력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혼미한 상황이 예상된다. 범여권은 대통합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합집산하고 있고 각 정파와 후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지만 이른바 대통합은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 정파의 사상과 정책의 차이는 둘째치더라도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합당 지연에서 보듯 각 세력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있어 성사되기 어렵다. 그래서 일부 세력 간의 통합이 이루어진다 해도 범여권은 적어도 2개, 많게는 4개로 분할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에 하나 대통합이 이뤄진대도 '잡탕정당'에 또다시 지지를 보낼 리 만무하다.

민주노동당도 부동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역부족이다. 흔히 비판받는 당내 민주주의 부족, 정파싸움, 감동을 잃어버린 민주노총, 경직되고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낡은 이미지 등은 문제다. 하지만 그동안의 정당 활동에서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 등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측면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그래서 제도정치 내 진보진영의 보루라는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대중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롭게 제도정치에 진입하는 제3세력의 형성을 통해 '진보적 부동층' 흡수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누가 제3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한동안 언론에서는 '창조한국 미래구상' 등 시민사회 일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정치운동 세력을 '제3지대'로 지칭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미래구상'의 일부 인사와 시민사회의 일부 인사들이 신당 창당을 선언 과정에서 '제3의 정치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은 상실됐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는 첫째, 이 신당이 범여권의 대통합의 한 부분으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으며 신당 추진 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 게 객관적 정황이기 때문이다. 둘째, 창당선언 자료에서 "우리는 독자성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우리가 추구하는 원칙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할 뿐 아니라, 범진보개혁 세력의 결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문제는 '추구하는 원칙'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은 데 반해 결집의 대상은 모호한 듯 하면서도 분명하다. 이 신당은 '도로 열린우리당'을 만드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반한나라당 전선 구축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분명한 이념과 원칙, 정책 내용과 함께 현실적인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정당을 독자적인 힘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신당이 택한 길은 옳지도, 국민의 지지도 받을 수 없는 길이며, 범여권의 기존 정치인들에게 면죄부와 회생의 길을 터주는 '신수혈론'이자 반역사적 행위다.

이 신당이 범여권의 대통합에 참여하는 것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이런 추정이 다소 성급해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우려가 결코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한나라당의 집권은 용인하기 어렵지만 범여권의 재집권을 쉽게 용인해서도 안 된다.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 과제인 사회 양극화문제에 대해 큰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세력을 단지 '반한나라당 전선'을 위해 부활시켜야 한단 말인가.

지금 진보신당이 필요한 때다

지금 우리 국민의 선택지는 최악도 차악도 아닌 최선의 정치세력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진보적 내용을 갖는 신당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진보만이 가진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회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 사회양극화를 구조적으로 심화시킬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세력이 어떻게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인가. 불법 다단계와 고리 사채업이 날뛰게 하고, 주식과 부동산 광풍을 조장해 온 세력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 건가.

성장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성장의 그늘'은 어떤 면에서 불가역적인 측면도 있다. 그것이 '성장 신화'로 대다수 국민을 기만하게끔 만든 함정이다. 진보가 추구하는 성장은 적어도 두 가지가 반드시 충족돼야 할 것이다. 하나는 자연을 파괴하거나 에너지 소비를 늘리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분배와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다양한 사회적 기업의 확산을 비롯해 환경, 문화, 과학 분야 등에서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창조산업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그야말로 전면적인 산업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성장은 돈놀이와 막개발로 언제나 다수의 희생을 수반하는 낡은 산업화 세력의 성장과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미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이 있는데 왜 또 진보정당이냐는 물음이 있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민노당이 당분간 약 10% 정도의 국민적 지지를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는 국민의 의사와 이해를 왜곡하는 보수일변도의 정치구도를 깨뜨릴만한 지지율이 아니다. 민노당이 이 정도 지지율에 머무르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이유 외에도 다양한 계급, 계층의 진보세력을 아우르지 못한 데 있다.

두루 알다시피 민주노동당의 핵심적 지지기반은 민주노총과 전농이다. 매우 소중한 지지기반이기는 하나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집단은 역설적으로 고학력, 중산층에 포진하고 있다. 현재 민노당은 이 집단을 충분히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마땅한 지지 정당 없이 떠 있는 약 20% 가량의 진보적 성향의 부동층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제3의 정치세력은 그래서 필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진보는 상대적 개념이며, 늘 변화하는 가치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민주노동당이 진보의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사회경제적으로는 진보지만 문화적으로는 보수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생태적 가치나 풀뿌리 민주주의 등에 대해서도 철저하지 못하다. 정당운영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띈다. 소중하지만 개선할 점이 많은 진보정당이다.

따라서 21세기형 새로운 진보정당의 출현은 진보정치 스펙트럼을 넓히고 두텁게 만듦으로써 진보정치의 진지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창당이란 것이 워낙 많은 역량과 시일이 요구되는 험난한 과정이어서 진보신당 창당의 가능성을 비관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길이 옳은 길이라면 국민은 참여와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민의 약 80%가 고정적인 지지 정당이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 대다수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정당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만약 이러한 여망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상당수의 국민이 급속히 탈정치화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를 장기적 보수화의 늪으로 끌고 갈 우려가 있다. 정치에서 더 이상 희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책임지고, 우리 사회 미래의 희망을 밝힐 새로운 정치세력, 즉 시대정신을 올바로 구현하는 진보적 정당을 창출하는 것은 진보세력의 절체절명의 과제다.

진보진영의 대선전략

새로운 진보정당이 만들어진다면 단기적 목표는 올 대선 승리와 내년의 총선에서의 약진이 될 것이다. 그러자면 새로운 진보정당의 토대를 착실히 닦아가는 동시에 최근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진보대연합'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냉정하게 평가할 때 진보진영 전체가 연합해도 독자적인 역량으로 대선 승리를 획득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진보대연합'이 성사된다면 진보적 성향의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덧셈의 정치적 효과보다 곱셈의 정치적 효과를 얻을 공산이 크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상호 신뢰가 쌓이고 조건이 마련된다면 통합적 진보신당을 만들수도 있을 것이다. 남는 문제는 '진보대연합'을 통해 대선 승리가 가능할 것인가? 진보대연합만으로 대선 승리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취할 수 있는 전술에 대한 검토일 것이다.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 대통령선거에서 진보개혁세력은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36.5%의 국민이 '기존 정당과 거리를 두면서 진보개혁세력의 독자적 위치를 지킨다'고 답했고, 23.4%는 '수구보수정권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범여권과 연대해야 한다'는 응답을 했다. 6.3%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같은 질문을 진보개혁진영 전문가들에게 던진 질문에서는 각각 36.7%와 37.6%, 16.5%의 응답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결과는 상당수의 국민이 한편으로는 진보세력의 독자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수구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진보세력이 범여권과 연대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것이 여론의 지표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범여권에 포함된 정치인 가운데 비교적 양질의 정치인 일부를 선별적으로 연대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수구보수 세력의 집권이라는 최악의 정치적 결과를 막기 위해 연합 전술을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대의 전제는 각 정치세력이 먼저 확실한 자기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지 원칙 없이 섞이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각 세력이 정치사상과 정책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이 옳으며, 이를 기반으로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를 모색하는 것이 정도이고, 국민의 여론을 올바로 반영하는 태도일 것이다.

진보세력 가운데는 범여권과의 연대를 용인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음을 잘 안다. 사실 정치사상과 정책의 차이를 갖는 이질적 정당 사이의 선거연합은 정당의 정체성을 뒤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으로만 바라보면 한나라당과 별 차이가 없는 범여권 세력과 굳이 선거연합을 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범여권 사이에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민주주의와 남북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일정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공통분모는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진보의 정체성을 위협받으면서까지 범여권과 선거연합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만약 진보진영이 범여권과 선거연합을 할 이유가 있다면 첫째, 진보대연합의 단일 후보가 범여권 후보와의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다. 만일 진보대연합을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지지를 획기적으로 높인다면 진보대연합의 단일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도 있다. 범여권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매우 차갑기 때문이다.

둘째, 사표방지 심리를 막아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역대 대선에서는 반한나라당 정서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진보진영의 유권자의 일부까지도 노무현 등 이른바 자유주의 개혁세력 후보에게 투표를 하는 경향성이 강하게 나타났었다. 다만 사회양극화 심화 등 정책실패에 따른 정부 여당에 대한 실망이 매우 크고, 한미 FTA라는 큰 쟁점이 남아 있으며, 범여권이 지지부진한 이번 대선은 성격이 좀 다르다는 분석은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연합을 할 경우, 사표방지 심리가 작동할 공간을 없애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셋째, 설사 범여권과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연립정권 참여를 통해 진보정치가 추구하는 정책을 실현할 기회를 확보하고 수권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연립정권의 참여는 진보진영의 정치적 성숙도와 유연성을 확인시킴으로써 보다 폭넓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범여권과의 선거연합이 성사된다면 그 조건으로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 진보정치 진영의 정치적 기반 확대를 위한 정치개혁 추진을 내걸어야 할 것이다. 물론 범여권과의 선거연합은 진보세력의 힘만으로 승리할 수 없을 때 검토해 봐야 하고, 진보세력 내부의 동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정치의 주체로 나서야 할 때

지금 한국사회는 장기적인 대중적 보수주의나 신자유주의 강화, 개발주의의 낡은 흐름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진보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아가는 흐름으로 갈 것인가의 전환점에 서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국면이 진보진영의 대응에 따라 오히려 진보진영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 줄 수도 있다고 본다.

정치인의 머릿속에 국민은 없다. 정치는 더러우니 피해야 하는 것일까? 국가 권력이 바뀐다고 반드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는 우리 국민이 그동안 이른바 민주정부들을 겪으면서 반복되는 실망을 통해 통감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가 권력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정치를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한 일이다.

올해 대선정국은 관전자의 입장에선 매우 흥미로운 게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참여자의 입장에선 피 말리는 승부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우리 사회와 정치에 대한 관심 정도와 참여 의지에 따라 이 양자의 어느 한쪽에 분명히 서거나, 이 양자 사이에 놓인 수많은 스펙트럼의 어느 한 지점에 위치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디에 서야 할 것인가. 정치는 정치인에게만 맡겨야 하는가?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이웃의 생존과 삶의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될 국가 권력의 문제를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삼을 만큼 우리의 삶은 한가로운가?

물론 아니다.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는 태도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내가 위임한 권력이 나와 가족, 공동체를 위해 권력을 사용하지 않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한다면 이를 응징하는 것이 응당한 일이다. 이는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를 구경꾼이 아니라 정치 참여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옳은 태도일 것이다.

지금이 바로 국민 스스로가 정치의 주체라는 것을 선언할 때이다. 정치판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거나 투표로 심판하는 등의 소극적 참여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요구를 내걸고, 자신이 바라는 정치세력을 형성하도록 참여하며, 민주적 의사소통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나서야 한다. 또다시 정치인들에게 속아 들러리로 이용만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대의제가 갖는 한계를 극복할 대안적 시스템을 만들어 위임한 권력을 통제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정치를 정치인의 놀음으로 전락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한국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돈이 있으면 돈을 내고, 재능이 있으면 재능을 내서 역사와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시민사회 각계의 신뢰받는 지도자들께 호소한다. 진보정치에 참여해 세상을 바꿔보자고.

[re] "이랜드, 계산대를 멈춰라" (레디앙)

2007-06-25 10:36:26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6782

"이랜드, 계산대를 멈춰라"
[발로 뛰는 진보정치 현장] 가슴 뭉클한 연대



언 젠가 이랜드 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이 말했다. “상암동 홈에버에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조합가입을 유도하는 선전홍보전을 한다고 했을 때, 몇 번하고 말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겨울 내내 계속 하더군요. 여러분들이 한 겨울 이곳에서 조합 가입 권유를 해 주셔서 지금 상암동 홈에버에서만 1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생겼습니다.”

사실 나도 그랬다. 부끄럽지만, 민주노동당 마포, 서대문, 은평, 용산구위원회 노동위원들이 상암동에 있는 홈에버에서 몇 달 동안 선전전을 할 때, “이거 잘 되겠나” 싶었다. 과연 저 거대한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노조에 가입시키고, 그 조합원이 당원이 되고, 그리고 파업이 일어나 매장이 멈추는 그런 날이 과연 있겠는가 생각했다.

나도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촛불도 얼어붙을 추위 속에서 4개 지역위원회의 당원들이, 그것도 많은 수가 아닌 소수가 매주 선전전을 할 때에 나는 발언을 했다.

“민주노동당은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입니다. 이번 비정규직 투쟁, 이건 우리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투쟁입니다. 지금은 조합원이 없어도, 우리가 겨울을 지나고 봄이 올 때면 반드시 이곳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은 얼마나 멋진가.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투쟁. 민주노동당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매서운 겨울바람과 맞서며 이곳에 나왔노라고…

그러나 나도 확신은 없었다. 시린 손을 촛불로 달래며 고생하는 당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말이었지, 아니 이렇게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조합에 가입시키려는 당원들의 선전 행위 자체가 가지는 '숭고함'에 대한 존중의 표시였을 수도 있다. 비단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은 아름답게 깨졌다. 봄이 오자, 이랜드 일반노조 월드컵 분회가 결성되고,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수차례 조합원 교육이 이어지고, 네 개 지역위원회 주최로 하종강 선생의 강연회가 비정규직 아주머니 조합원을 대상으로 열리고… 그리고 파업찬반 투표 뒤 파업돌입.

우리의 예상은 아름답게 깨지고

지난 23일, 토요일. 월드컵이 열렸던 서울 상암동에 수천의 조합원이 모였고, 그만큼의 경찰력이 동원됐다. 마포가 들썩였다. 노조는 이랜드 그룹이 6월 말까지 뉴코아 비정규직 수백 명을 해고하고, 홈에버에서도 이미 350명 이상의 비정규직이 해고했고, 이후 순차적으로 수천 명을 해고할 예정이라며, 이날 매장을 점거하는 공세적인 투쟁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랜드 일반노조의 공세적 투쟁지침은 간단했고, 더 이상 명확할 수는 없었다. “계산대를 멈춰라.” 매출제로. 이랜드 그룹에서 가장 매출이 높다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내 대형유통업체인 홈에버(구 까르푸)와 역시 같은 이랜드 계열사인 뉴코아 매출 1위 강남점을 마비시키겠다는 것.

▲ 24일 오후 잠원동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앞에서 비정규직 해고 중단을 요구하며 경찰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찬선 기자)

마포구위원회 노동위원장으로부터 오후 1시에 결합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도착하니 이미 매장 안으로 조합원들이 들어간 상황이었다. 오전에 격렬한 투쟁이 있었다. 용역과의 몸싸움에 이은 전경과의 충돌. 그러나 조합원들은 기어이 매장 안으로 진입했다.

1층은 이랜드 일반노조 조합원이, 2층은 함께 공동투쟁을 하고 있는 이랜드 계열사 뉴코아 노조 조합원이 계산대를 완전히 점거하고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손님들이야 불편한 일이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생존권이다. 간혹 손님들과 마찰이 있었지만, 조합원들의 호소가 우위였다. 하지만 TV 뉴스는 불만에 가득 찬 손님들 얘기만 옮겨놨다.

제발 오늘 하루 물건을 사지 말아 주십시오

“제발 물건을 사지 말아 주십시오. 오늘 하루 여기를 멈춰야 우리가 살 수 있습니다.” 용산구위원회 홍성준 이 피켓을 들며 목청껏 외친다. “약한 사람들과 함께 합시다. 제발 오늘은 그냥 돌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비정규직과 함께 해주십시오.”

1층에서는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조합원들을 독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여기서 물러나면 우린 다 죽습니다. 조합원들은 절대로, 절대로 계산대에서 한발자욱도 물러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까.” 나이가 40에서 50대인 여성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악에 바친 구호로 위원장의 지침에 답한다. “투~쟁.”

서부지역노점상 연합회 회원들도 대거 비정규직 연대투쟁에 결합했다. 지역장과 부지역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함께 계산대를 점거하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연배로 보자면,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슷해 보인다. 회원들도 손님들에게 물건을 사지 말 것을 호소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이런 연대도 뭉클하다.

2층을 점거한 뉴코아 노조는 비정규직 조합원을 앞으로 불러 발언을 요청하며 “이제까지 우리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잘 못한 거 많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리겠습니다”하며 정중히 인사를 한다. 뉴코아 노조의 정규직은 대부분 젊은 층인데 비해 비정규직은 홈에버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아주머니들이다. 수줍은 듯, 아주머니들이 젊디젊은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투쟁 현장에서 코끝이 찡해지다

이를 지켜보는 당원들은 코끝이 찡했던지 숙연해진다. 경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전갈이다.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매장에 진입할 경우 이랜드 일반노조 지원대책위 소속 단위들이 앞줄에 서기로 했다. 지원대책위는 민주노동당의 4개 지역위원회가 주축이다.

여차하면 1층으로 내려갈 태세를 하고 있는데, 사측이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발표가 났다. 계산대에서 철수를 해도 된다는 얘기다. 모두가 환호를 지른다. 경찰도 조합원에 대해 연행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전원 물러갔다.

불가능해 보였던 상암동 홈에버의 계산대가 조합원들의 투쟁에 의해 멈췄고, 이에 사측도 백기를 든 것.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정리집회를 가졌고 당원들의 얼굴도 조금은 상기됐다. 그러나 정리 집회를 마치고 난 뒤,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사측은 결국 약속을 어기고 영업을 시작해, 앞으로 투쟁이 험난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오늘의 승자는 누가 뭐래도 조합원들이었다. 그동안 이랜드 자본으로부터 하찮은 존재로 취급받았던 그들이 매출 1위의 홈에버 월드컵점을 적어도 몇시간 동안은 완전히 멈추게 만들었지 않았는가.

그들은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굳건한 연대로

“노동자 는 점점 더 많은 압박을 받으면서도 항상 언제든 '사용'될 수 있다는 안심을 가지지도 못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소집한 산업은 그들이 필요할 때에는 그들을 살아만 있게 한다. 그리고 그들을 버릴 수 있게 되면 일말의 배려도 없이 곧바로 그들을 버린다.”

언제 얘긴가. 지금의 비정규직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1844년 스물여섯 살 마르크스가 쓴 <경제학-철학 수고>에 나오는 말이다. 필요할 때만 살아있게 한다는 마르크스의 지적은 오늘날에도 본질적인 차이가 없이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

“사람들이 그들에게 부여하는 노동이 길고 고통스럽고 불쾌할수록, 그 노동의 보수는 적다.” 홈에버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급은 80만원. 먹는 시간을 빼면 7시간 넘게 꼬박 서서 일하고, 화장실에 갈 때도 보고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그들은 몇 년씩 인내하며 버텨왔다.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노동을 감내했던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이 노래를 부른다. 아직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파업가. 하지만,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절을 부를 땐, 누구보다 절절하다. 난 머리로만 알지만, 그들은 가슴으로 느끼기 때문일 게다. 화장실에 갈 때,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난, 그들을 전부 다 이해한다고 감히 말하지 못한다. 그냥 힘차게 연대할 뿐.


[re] 처음 참가해본 파업현장 후기 -6.23 홈애버 상암점

2007-06-24 21:10:31

아침 9시 50분경에 홈애버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17일 2차 파업 문화제 때 "다음 파업 때에는 매장 앞에서 집회만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영업을 멈추게 만들것이다!!"라고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호언장담한 3차 파업인지라 긴장이 되었습니다. 노조의 파업선언에도 불구하고 대체인력을 투입해 영업을 강행하는 홈애버 월드컵점을 강제폐쇄 시키기 위해서는 사측과는 물론 쇼핑온 시민들과도 마찰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매장 입구에는 일반인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사람들이 정장입고 security라는 뱃지를 달고 서너명씩 서 있었습니다. '아, 저게 용역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미 손님들이 들어온 매장에서 어떻게 손님들을 밖으로 안내하고 매장을 폐쇄시킬까 궁금해하며 별도의 지침이 있기를 기다리며 로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노조 측에서 손님들을 받지 않기 위해 입구를 봉쇄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정반대로 용역들이 조합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매장 출입문을 봉쇄하면서 실랑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들어오려고 하자 용역들이 출입문을 막고서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위원장은 물론 물건을 사고 나가려던 손님들에게까지도 "다른 문으로 가라"고 말하는데 그말투가 친절하기는 커녕 반말도 섞이고 퉁명스러워서 많은 손님들이 화를 내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또한 용역들은 사진을 마구마구 찍어대면서 시민들이나 조합원들이 사진을 찍으면 사진기를 빼앗아가는 등의 만행을 저지르더군요. 또한 자기네들끼리 사람들을 가리키며 "쟤 조합원 확실하니까 몰아내"라고 말하는 등 조합원들을 몰아내기 위해 왔다는 것을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이 때부터 매장안에서는 "용역깡패 물러가라"라고 외치는 구호가 울려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조합원과 연대 단체들이 매장 밖에 속속 도착하자 압박을 받은 용역들은 어느덧 홈애버 1층 출입문 두 개를 모두 봉쇄했습니다. 양 출구에서 용역들이 막아서며 서로 다른쪽으로 가라고 말해 손님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매장 안에서는 이랜드뉴코아 공투본의 지도에 따라 50명 정도되는 조합원들과 30명 정도되는 연대단체 회원들이 대오를 형성해 매장 입구를 향해 "용역깡패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처음에 공투본은 "10분간 시간을 줄테니 문을 열어라"라고 말하며 용역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열어주길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용역들은 우리의 경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을 선별적으로 들여보내면서도 간간히 완력을 행사해 '진짜 고객'한테까지도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빈축을 사야했습니다. 사실 전 그런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물건을 사러 들어오는 손님들도 신기하긴 했습니다-_-;;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번 투쟁의 정당성에 대한 노조 지도부의 발언이 십여분 있었고, 이후 바깥에서 조합원들이 출입문을 밀어열고 들어오려고 하자 이를 돕기 위해 "남성동지들 앞으로 나와주세요"라고 요청해서 문으로 갔습니다. 아무리 용역들의 떡대가 좋아도 문 밖에서 계속 밀어대고 문 안에서 열명이 넘는 연대단체 소속 남성들이 당기니까 용역들은 이내 밀쳐졌습니다. 제가 미니까 용역이 밀리는 것을 보며 '살뺀다고 뺐는데 여전히 난 몸무게가 꽤 나가는구나'라며 스스로 신기해 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매장 입구에서 용역들이 밀리기 시작하자 어느새 전경들이 매장 입구 밖에 진을 쳐서 입구를 다시 봉쇄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전경들이 막았으니까 우린 이제 빠져도 돼"라고 용역들끼리 말하는 것도 들렸습니다. 용역과 전경의 놀라운 팀플레이를 보며, 얘기는 들었었지만 어떻게 백주대낮에 시민들이 보는 가운데 이렇게까지 손발을 잘 맞출 수가 있을까 씁쓸했습니다.

애초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들어오려 할 때에는 용역들이 완력으로 막고 시민들에게까지 우악스럽게 대해도 먼 산 불구경 하듯 하던 전경들이, 용역이 밀리는 듯하자 재빨리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을 보며 정말이지 이 땅의 경찰은 재벌에게는 한없이 비굴하면서 노동자들에게는 한없이 억압적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조금 더 실랑이를 하다가 11시반 경에 전경들이 입구를 열었고(안에서 구호외치고 있어서 왜 열었는지는 잘 모름) 조합원들이 매장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그 전까지는 조합원 수와 연대단체 회원 수가 1.5대 1이었다면, 조합원들이 들어오고 난 이후에는 로비에 조합원들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합원들이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수도권 이랜드 조합원은 물론 뉴코아 조합원들까지도 모두 월드컵점으로 집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내 로비와 2층 매장 입구에 연좌한 조합원들로 가득찼습니다. 그러나 이 때까지도 계산대를 직접 막지는 않았습니다. 구호를 외치고 발언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대체인력 물러가라"고 했습니다. 계산대에서 일하는 대체인력은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까 출입문에서 밀린 용역들은 이제 매장 안쪽에서 계산대 하나당 1명씩 열중쉬엇 자세로 서서 캐시어들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용역들이 지키고 서 있는 마당에 대체인력들이 자발적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매장 내부에 조합원들 대오가 정돈되었다고 생각한 공투본은 계산대를 마비시키기 위해 "신용카드 있는 사람 나와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신용카드라니, 투쟁도 카드가 있어야지만 할 수 있나..' 의아해하며 나갔습니다. 지침인즉슨, 1000원 이하의 물건은 카드로 결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매장 안에서 1000원 이하로 물건을 사고 계산대에서 카드를 제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매장 안에서 250원짜리 생수를 집어들고 계산대에 줄을 섰지만 사실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가 카드를 내밀면서 계산해줄 것을 요구하면 분명히 제 뒤로 선 '진짜 시민'들이 계산이 오래 걸리는 것에 대해 항의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제 계산 순서가 채 오기도 전에 다른 계산대에서 실랑이가 붙었습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시민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적었다는 게 제가 받은 인상입니다. 물론 시민 중에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막무가내로 자기 물건을 계산대에 올리며 자기 것을 먼저 계산해달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훨씬 많은 경우는 당황해하다가 하다가 그냥 계산대 앞에 물건을 두고 돌아갔습니다.

만약 조합원들과 연대단체 회원들, 또는 그 누구든 천원도 안되는 물건을 사면서 막무가내로 신용카드를 내밀고 계산대에서 실랑이를 벌였다면 이내 시민들에게 제압을 당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오전 내내 이랜드 자본의 비정규직 해고에 대해 알려내왔고 또 계산대에서 열 발자국도 채 안떨어진 매장 입구에서 1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절박하게 "고객 여러분 저희 일자리를 지켜주세요. 집으로 돌아가주세요"라고 외쳤기 때문에 제 애초 예상보다 순순히 손님들이 돌아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느 한 주부 손님이 "우리 애가 집에서 굶고 있다. 이거 빨리 사가야하는데 뭐하는 짓이냐"라고 항의하자 한 조합원이 "나도 집에 애 있는데 6월말로 짤리게 생겼다. 여기서 물건이 팔리면 내가 짤리는데 나갈 수 있겠느냐"라고 응수했습니다. 또한 옆에서는 "오늘만 참아주세요. 다음에 오시면 친절히 싼 가격에 모시겠습니다"라고도 했습니다.

오후 1시가 지나면서 이내 매장의 계산대는 대부분 마비가 되었고 이는 2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한 상당수의 대체 투입된 캐시어들이 실랑이 끝에 계산대를 두고 가버리기도 했습니다.

신 용카드를 이용한 방법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다시 대오를 매장입구로 집결해서 이번에는 계산대 출구를 막아섰습니다. 그리고는 몇 안 남은 대체 캐시어에게는 "대체인력 돌아가라"고 외치는 동시에 손님들에게는 "고객님, 저희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 하루 집으로 돌아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꽤 오래 압력을 가하고 일부에서는 용역들과 마찰도 있는 듯 싶었지만 이내 대체인력들은 완력을 쓸 필요 없이 계산대를 떠났습니다. 대체인력의 상당수는 홈애버 매장관리 노동자들인 듯 했습니다.

조합원들이 "부장님~ 돌아가주세요"라고 외치고 호소를 하자 처음에는 못 들은척하고 신경질도 냈지만 손님들도 차츰 줄어들고 하자 결국 말없이 자리를 떳습니다.저는 애초 완력을 사용하지 않고 대체 투입된 캐시어를 내보낼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루어져서 놀라웠습니다. 1층과 2층의 계산대란 계산대는 모두 가득 메운 이랜드&뉴코아 조합원들의 강력한 투쟁결의와 호소력 있는 구호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대체 인력마저 나가자 조합원들은 매장 안쪽으로 옮겨서 연좌를 했습니다. 분회마다 돌아가며 발언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조합원 아주머니들이 흥에 겨워 노래에 맞추어 앞에 나와서 춤도 추는 등 신나는 분위기였습니다. 중간중간에 파업을 불법이라고 흑색선전하는 매장 안내 방송이 나오면 다같이 함성을 질렀습니다.

매장 안에서 연좌를 하다가, 고양에서 온 조승진 당원과 함께 끼니를 때우러 지하철역 편의점에서 빵을 사먹으러 잠깐 나갔습니다. 이때가 이미 4시가 넘었는데 그때까지 점심을 못 먹었었거든요;; 빵을 사먹고 다시 매장으로 들어오려는데 그 사이에(15분?) 전경들이 문을 막고 사람들을 선별적으로 들여보내고 있었습니다. 조승진 당원이 입고 있던 당 몸플랭카드를 보더니 무조건 들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왜 못들어가냐고 조승진 당원이 물었으나 답은 없고 계속 막아서기만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주차장에서 몸플랑을 벗어 가방에 넣고는 보란듯이 출입문으로 들어왔습니다. 벗으면 그만인 그깟 조끼 때문에 사람을 막아선 전경도 코메디였지만 조승진 당원도 매장 안에 들어와서는 굳이 조끼를 꺼내 다시 입었더랬습니다^0^

그러나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것이, 전경들이 입구를 봉쇄하고 곧 침탈할 지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최대한 연행되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침탈되더라도 조합원들과 함께 대오를 지켜달라는 공투본의 지침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연행되서 월요일에 출근 못하면 연구실에 뭐라고 둘러대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군요-_-;;

하지만 아침에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부터가 싸움이었고, 천원 이하 물건 사면서 신용카드 내밀어 계산대 마비시키자 짜증내는 시민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도 큰 고생이었고, 게다가 대체 인력들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오랫동안 목이 터져라 외쳐서 힘들게 얻은 성과인데 이제와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말마따나 "이 싸움만은 꼭 이기고 싶"었습니다.

긴장 되서 가방끈 조여매고 구호외치고 노래부르고 발언 듣고 있는데 공투본 지도부가 "경찰이 중재해서 사측이 15분 뒤에 오늘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협상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조합원들이 전원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출입구의 전경들을 모두 철수시킬 것과 불법연행 없는 안전한 귀가를 약속받았다고 했습니다.

아침에만 해도 정당한 파업을 인정하지 않고 용역과 대체인력을 동원해 파업을 무력화시키려던 사측이, 사실상 오늘 영업을 포기한다며 백기를 든 것이었고 노조의 파업을 인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의 힘으로 오늘 하루 홈애버를 멈춘 것입니다.

침탈 우려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조합원들과 연대단체들은 이런 승전보를 듣고서 승리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파업가>, <비정규직철폐가> 등을 부르고 내일 뉴코아 투쟁 역시 승리로 이끌자는 결의를 다지고서 매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전경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전경들은 참 이동이 빨라요..)

결코 미덥지 못한 경찰이 중재한 사측의 약속-오늘 영업 그만한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다들 의문이었지만, 위원장말처럼 "그놈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라고 생각"하고 오늘 하루 충분히 노조의 단결을 과시했다고 생각해서 해산했습니다. 물론 약속을 어긴 것이 확인되면 다음 주 파업때 백배천배로 갚아주자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참가한 파업현장이었는데 승리로 끝나서 기쁩니다. 무엇보다 물리적 충돌없이 대중행동으로써 홈애버 중에 가장 매출이 많다는 상암점을, 가장 손님이 많다는 오후 4시부터 완전히 "매출 제로"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이윤에 타격이 클수록 사측으로서는 협상에 나올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우는 모범적인 투쟁이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그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못 깨달을 정도로 현장에선 정규직-비정규직을 구분할 수가 없었거든요. 단지 "조합원"들만 봤을 뿐입니다.

또한 3월에 노동위 분들을 따라서 홈애버 선전전 갔었을 때만 해도 조합원 20명 채우는 것이 목표라는 얘기를 들었던 곳이 이렇게 대규모로 단결해서 행동하는 것을 보며 그 급진화에 놀랐습니다. 애초 노조 가입조차도 망설이던 평범한 "계약직 아줌마", "까대기"(이상 이랜드 노조 투쟁가 이름)였던 분들이 이랜드 뉴코아 공투본 깃발아래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며 "투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의 의미를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가장 기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s 사진이 있으면 첨부하면 좋으련만 이상하게도 인터넷 상에서 보도사진 하나 찾을수가 없네요.

ps2
진보넷에 보니 어제에 이어 오늘도 뉴코아 강남점에서 1500명의 조합원들이 연좌농성을 했다는군요. 오전에 매장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10개 중대 정도의 경찰병력이 동원되어 막아섰기 때문에 연좌 농성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하는군요. 7월 비정규직 법안 시행에 앞서 비정규직-정규직이 하나되어 가장 선도적으로 싸우는 이랜드-뉴코아 공투본 싸움이 더 큰 불로 번지기 바랍니다!

[감상문] 영화 "우리학교"를 보고.. (스포일러 있음)

2007-06-08 23:14:24

영화를 보고나서 잊어버리기 전에 일기장에 감상문을 써봤습니다. 일기장에 영화 감상문을 쓰긴 정말 오랜만인거 같은데 그만큼 정말 잘 찍은 영화였던 것 같아요. 영화상영을 준비해주신 지역위 분들께 감사~^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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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7시 연대 대강당에서 영화 '우리학교'를 보았다. 사실 일본 내 조선인 학교에 대한 얘기라고 이미 들어서 영화 자체에는 기대가 크지 않았고, 그보다는 평일 오후 지역위 행사가 한 때 내 안방과도 같았던 대강당(게르니카 동아리방이 여기에 있음)에서 열린다는 사실어 더욱 반가웠다.

또 얼마전에, 일본에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인으로 귀화한 재일동포들을 다룬 TV 프로를 보면서 "그래, 굳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영화 내내 "한민족"에 대한 부담스러운 강조가 흐르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그러나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마지막 졸업식 장면에서 졸업생들이 펑펑우는 모습을 보며, "난 고등학교 졸업식 때 행사가 귀찮기만 하고 재미없었는데.."라는 생각에 쟤네들에게 '우리학교'는 정말로 내가 아는 그 어떤 학교보다 몇 배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뒷풀이 장소를 안내해드리는 전교조 분들께 이런 소감을 말씀드리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고 참여하는 '우리학교'가 우리나라처럼 각자 개인의 성공만을 위해서 공부하는 학교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씁쓸히 말씀하셨다.

치마 저고리(저고리 치마?)에 관한 얘기도 큰 감명을 주었다. 귀화하지 않은 조선인들에게 적대적인 일본사회에서 치마 저고리를 입고 등교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커밍아웃과 같은 것이었다. 영화는 남학생들에겐 없는 옷에 대한 문제를 놓고 발생하는 남녀간의 이견을 다루면서도, 여학생들이 치마 저고리를 입는 것이 단지 규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었다.

이를 보며 난 이슬람의 히잡을 생각했다. 유럽의 히잡착용 금지제도를 두고 여성주의 경향의 친구와 토론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이슬람이 히잡착용을 여성들에게 강요한다면서 히잡금지를 찬성했었다. 분명 앞뒤 맥락을 떼어버리고 의복문제로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종교나 민족을 이유로 한 탄압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히잡착용이나 치마 저고리 교복이 주는 저항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짧은 생각이라고 영화를 보며 되새겼다.

조총련에 대한 인식 역시 바뀌게 된 것 같다. 그전까지 나는, 조총련을 일본 내 북한의 외곽조직 정도로만 생각했지, 재일동포들의 자립적 조직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서 조총련이 특별히 북한을 선호한다기 보단, 남북 구분없이 조선전체를 지향하는 그들에게 남한 정부가 그동안 북한과는 비교도 안되게 야멸차게 대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보다 GDP가 20배 이상은 클텐데도 오히려 재일동포에 대한 지원은 훨씩 적다니..(있긴 있나?)

또 졸업 전 수학여행으로 '조국'을 방문하려는 아이들에게 "왜 한국(남한)으로 국적을 바꾸지 않냐"라는 질문따위나 던지는 남한대사관의 행태에 '우리학교' 교사만큼이나 나도 부아가 치밀었다. 애들이 태어나서 고3이 될때까지 늘상 처해있었던 일본 우익들의 위험에 맞서 남한정부가 해준게 뭐가 있다고 '북한말고 우리를 택하지 않으면 안돼'라고 나오는 것인지 기가찼다.

물론 북한이 '우리학교' 학생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순수하다고 느껴지진 않지만(그 또래의 북한 청소년들 중 몇 %가 옥류관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생계형 노점을 쓸어버리며 외국인 투자자에게 잘보이려 show하는 남한 정부보단 낫다는 생각이 든게 사실이다.

감독이 직접 찍지 않고 학생을 통해 찍은 북한 여행 영상이 나올때에는, '이것 봤다고 국보법으로 잡혀가는거 아냐?'라는 걱정도 사실 들었다. 특히 영상 중간중간에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이 나올 때에는 더욱 그러했다. 이시우 사진작가처럼 '우리학교' 찍은 감독도 구속되지 않을까 걱정하는게 과연 나만의 오버일까?

'조국 수학여행'에서 애들이 돌아올 때, 항구를 가득 매운 일본 우익들 때문에 교장선생님이 부득이하게 여학생들에게 치마 저고리를 벗고 체육복으로 갈아입으라고 시키는 대목에서는 정말 너무 속상했다. 조선인이라는 사실로 긍지가 가득찬 애들에게 '조선인이라는 사실이 탄압의 이유가 되는 일본으로 우린 다시 돌아왔다'라는 현실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러한 일본 우익들과 같은 역할을 우리나라의 군대가 이라크, 아프간 등에서 자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한번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민족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탄압받는 자국민 보호에는 세계 꼴찌수준이면서, 석유와 한미동맹을 위해 다른 민족을 억압하기 위한 군대파병에는 1등을 달리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마냥 부인하고만 싶었다.

북한이 쏜 미사일 때문에 '우리학교' 애들이 일본우익들로부터 보복위협에 시달리는 것 같이, 이라크, 아프간 청년들도 테러리스트로 불리며 우리나라 군대의 총칼로 인한 사살 위협 아래 놓일 것이다. 반전 운동이 단지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영화 내용은 너무 좋았지만, 영화 상영 중 자주 영상이 끊기거나 튀는 것은 옥의 티였다. 열악한 학생회 DVD 플레이어 때문인지라 어쩔수 없는 것이었지만 돈까지 받고 진행한 행사인만큼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덕분에 평소 눈물이 많은 나이지만 감정에 북받치지 않고 차분하게 많은 고민을 하며 영화를 볼 수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지난 수요일 신촌연희 거리선전전 후기~

2007-05-28 15:49:37

지난 수요일(23일) 현대백화점 앞에서 신촌연희 거리선전전을 진행했습니다. 7시경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준비가 한창이더군요. 특히 자활센터에서 빌려왔다는 스크린과 빔프로젝터가 너무 새것이고 좋아보여서 탐이 났습니다ㅋㅋ

본격적인 거리선전전이 있기 전까지는 엠프와 노트북을 연결해서 FTA반대 영상을 계속 틀어놓았습니다. 화연으로 FTA에 반대하는 영상이 나가고 음악은 따로 가사가 없는 웅장한 곡들이 나왔습니다. 이런 음악 바로 옆에서 박종호 FTA 특위장님이 FTA반대 서명운동과 그 필요성을 그만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외치는 것이 묘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30분 가까이 지치지 않고 계속 외치는 특위장님을 보며 어떻게 담배를 피면서도 저렇게 호흡이 길까 놀라웠습니다!

저는 준비는 별로 돕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주민발언1과 율동을 준비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적어간 발언문을 혼자 계속 읊어보고 또 박도영 당원과 함께 율동 연습을 주변사람들에게 티 안나게(부끄~*) 작은 동작으로 연습했습니다. 무대는 "한미FTA무효국회비준반대"이라고 써있는 초롱으로 인도 한켠에 마련했습니다. 다음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평소하던 촛불 대신 초롱으로 했다는데 좋은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옷 입고 이리저리 준비도 하고 또 간간히 서명도 받는데 대학원 형이 지나가서 아는 척하며 서명을 부탁했습니다. 그 형은 자기는 군인신분이라(직업군인) 서명을 해줄순 없지만 "기운내 소!"라면서 화이팅을 외쳐줘서 제게 큰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시작 직전에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져서 잠시 긴장하기도 했었지만 다행히 이내 그쳤고 장동렬 연희분회장님의 사회로 본격적인 거리연설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저처럼 별도로 발언문을 써오시지도 않았는데 줄줄이 한미FTA 반대의 필요성과 거리연설회를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새삼 내공을 느꼈습니다. 또한 연세대 학위장을 맡고 계신 동지도 시작전까지 계속 서명운동 받다가 발언할 때가 되어서야 무대로 올라갔는데도 불구하고 줄줄이 연설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뭐랄까, 마치 머릿속에 컨닝페이퍼라도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내 머릿속엔 지우개뿐 ㅜ.ㅜ)

이윽고 제 차례가 되어서 저는 준비해간 발언문을 읽었습니다. 최대한 자주 눈을 연설문에서 떼어서 거리를 쳐다보려 했지만 쉽지 않더군요-_-;; 그래도 말 더듬지 않고 또 크게 버벅대지 않고 무대를 내려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제 발언 다음에 사회자가 다시한번 내공을 발휘해서 한미FTA 연설로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율동팀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윽고 사회자의 소개로 율동이 이어졌습니다. 방금전까지 율동팀 소개하다가 바로 율동팀에 합류해서 춤을 춘 장동렬 연희분회장님, 우리 율동팀의 브레인 박도영 당원, 의리를 지키기 위해 북아현에서 원정 온 유미옥 당원과 저까지 넷이서 율동을 했습니다. 중간에 소옷까지 입은 제가 틀리는 바람에(항상 그 대목은 헷갈리더라구요~) 율동 대오에 혼란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월요일에 처음 율동팀 시작할 때에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에 비하면 훌륭하게 임무완수하지 않았나 자축해봅니다 ㅋㅋ

그 다음 정현정 위원장님 발언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때 발언은 잘 못 들었습니다. 율동을 완수했다는 생각에 너무 기쁘고 자신감이 붙어서 소옷입은채로 가판 앞으로 나가서 서명을 받았거든요. 공연직후 팬들과의 만남이라고나 할까요 ㅋㅋ 소옷을 입고 있으니까 이사람들이 보는 것은 내가 아니라는 생각(착각?)에 더욱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가판에서 서명하러 오길 기다리기 보단 다가가는게 더 서명 받기 좋다는 걸 확인했는데 이후 거리선전전에서도 시도해봐야겠습니다.

이후 김정래 신촌분회장님과 전욱 당원과 함께한 신촌 분회모임 또한 매우 신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날 선전전은 제게 여러모로 자신감을 북돋워주지 않았나 싶습니다^^